우리금융지주가 정부 보유 지분 중 10~15%를 국민연금에 넘기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재정경제부와 예금보험공사에 이 같은 방안을 활용해 민영화를 추진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 소유 은행으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보고 조기 민영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 아래 있는 국민연금에 파는 게 진정한 민영화인지에 대한 지적이 많아 적지 않은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택한 배경

박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12명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국민연금을 최대주주로 하는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경영권과 관련이 없는 23%는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팔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선 전체 우리금융 지분의 10~15%를 국민연금에 넘기며 5개 정도의 펀드가 5~9%씩 나눠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국내 은행을 인수하는 데 대해 비판여론이 높아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폐지 또는 완화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매각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금산법 상 국내 산업자본이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어렵고 외국자본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외자를 반대하는 국민정서상 불가능한 만큼 국민연금을 통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보는 그동안 두 차례의 블록세일을 통해 85.9%이던 우리금융 지분율을 73.25%로 낮췄다.

또 내년 말까지 지분율을 52.25%로 줄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내년 초 우선 6~7%를 매각할 예정이다.

◆왜 10~15%만 넘기나

당초 지난 7월만 해도 박 회장은 "국민연금이 우리금융 지분 5~10%를 가져가면 시장에서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은 경영권 인수가 아닌 투자 목적이더라도 20% 이상 인수하길 희망해왔다.

박 회장이 국민연금 매각 지분을 높여 제시한 것은 국민연금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15%의 지분율이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다 최대주주의 경영간섭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재경부 산하의 예보와 경영개선약정(MOU)을 맺어 경영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논의해야 한다.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최고경영자가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박 회장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제대로 된 민영화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산법 같은 각종 규제로 다른 토종자본이 들어올 수 없게 한 다음 국민연금이 우리금융의 최대주주가 되게 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며 "금융발전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 토종자본도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개인적인 판단으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국내의 비은행 금융회사나 외국 금융회사가 인수하는 게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내년도 경영전략에 대해서는 "우리은행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대출 성장은 일정 수준으로 묶고 증권과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