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업계 히트 상품들을 관통하는 코드는 한마디로 '웰빙'이다.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넣은 빵과 과자,음료들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술도 알코올 도수를 낮추거나 고급 원료를 사용하는 등 웰빙 열풍에 동참했다.

웰빙 식품이라도 트렌드를 좇는 제품이 아니라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품(트렌드 세터)들이 주목받았다.

소비자들은 선구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히트 상품들은 또 경쟁 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매력을 저마다 지녔다.

맛이 좋고 디자인도 세련돼 눈길을 붙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퍼놀로지'(재미를 뜻하는 Fun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 마케팅과 결합했다.

아무리 품질이 뛰어난 제품이라도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진리를 입증했다.

올 하반기 한경소비자대상을 받은 롯데제과 '드림카카오'는 이 같은 히트 상품들의 조건을 되새겨준다.

이 제품은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밀크 초콜릿이 대세를 이뤘던 초콜릿 시장 판도를 다소 쓴맛마저 느껴지는 카카오 제품으로 바꾼 일등 공신이다.

드림카카오는 카카오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이 노화 방지 등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카카오 함량을 기존보다 2~3배 많이 넣고 어린이 외에도 여성층을 공략했다.

CJ제일제당의 숙취해소음료 '컨디션'은 15년째 히트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장수 식품.한두 해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품질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며 브랜드 노후화를 막았기 때문이다.

컨디션은 이제 숙취해소음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국야쿠르트의 '투티'는 건강한 치아를 위한 발효유로 자리잡고 있다.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단맛이 치아에 좋지 않다고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데 착안,치아를 보호하는 기능성 성분을 넣고 건강한 치아의 캐릭터와 재미있는 그림을 포장에 새겼다.

기린의 '흑미 호빵'은 살찌는 식품이란 호빵의 통념을 뒤집은 케이스.비타민과 식이섬유 단백질이 풍부한 흑미를 재료로 도입해 '웰빙 호빵'으로 거듭났다.

제품 포장에도 만화 '광수 생각' 캐릭터를 도입해 재미와 친근감을 더했다.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해태음료의 '차온 까만콩차' 등은 트렌드 세터로서 역량을 발휘했다.

'비타500'은 약국에서 정제나 과립 형태로 사야 했던 비타민C를 먹기 편한 음료로 만들어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옥수수 수염 속 이뇨 효능을 부각시킨 '옥수수수염차'는 '얼굴선이 아름다운'이라는 컨셉트의 광고와 결합해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유용한 제품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차온 까만콩차'는 콩의 노화 예방 성분을 활용한 또 하나의 웰빙 차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차음료들이 주로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은 데 비해 롯데칠성의 원두커피 '칸타타'는 남성층을 공략했다.

외모와 취미 활동,경력 개발 등에 적극적인 20~50대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 가이(glooming guy)'가 늘고 있는 데 따라 값이 비싸지만 품질이 뛰어난 원두커피 제품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맥주와 소주 히트 상품들도 웰빙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이트맥주의 맥스는 기존 아로마 호프보다 맥아의 향이 깊고 부드러운 고급 호프를 사용했다.

두산주류의 저도 소주 '처음처럼'은 지난해 순한 소주 열풍을 몰고왔던 주역.올해도 0.5도를 추가로 낮춰 인기몰이를 지속하고 있다.

순한 소주는 술 소비량을 늘릴 뿐더러 여성층도 주 구매층으로 끌어들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