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아침 기자는 5년 전 대통령선거 결과가 실린 2002년 12월 21일자 한국경제신문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승자의 포부와 패자의 눈물과 관련한 많은 기사가 실려 있었다.

1면 톱은 단연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당선직후 가진 첫 기자회견 내용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포부는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재벌시스템 개혁은 경제에 부담이 안 가도록 추진할 것"이란 말도 큰 제목으로 뽑혔다.

대선승리의 감격스런 얼굴로 기자회견을 하는 노 대통령의 사진 밑에는 '이회창 정계은퇴 선언'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이제 정치를 떠나고자 한다.

깨끗이 물러나겠다.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정계은퇴 기사 옆에는 '부시,노 당선자와 긴밀 협력' 기사도 게재됐다.

미 백악관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노 당선자가 이끄는 한국의 새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뒷면에는'합리적 의사결정 통한 안정속 개혁 추진''철저한 준비 합리적 설득으로 야당과 협력'이라는 보기 좋은 제목도 많았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이날의 기사는 대부분 처음과 달라졌다.

노 대통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약속했으나 시장과 기업은 노 정부의 좌파적 시각에 등을 돌렸다.

노 대통령의 선언과 정반대로 지난 5년은 반기업정서가 가장 높았던 때로 기억되고 있다.

은퇴를 선언했던 이회창 후보는 느닷없이 무소속후보로 뛰쳐나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표를 달라고 했다.

한국 정부와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던 부시 정부는 한국정부와 티격태격했다.

17대 대선도 모두 끝났다.

20일 아침 당선자는 노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다.

당선자는 또 어떤 말을 할까.

대통령이 5년내내 초심을 유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2년 12월21일자처럼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2012년 12월 대선직후 2007년 12월21일자 한국경제신문을 보며 박수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