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은 '독선과 아집'에 빠진 대통령의 리더십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세금 인하나 재정지출 확대보다 '규제 완화'를 더 많이 꼽았고,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자주 만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9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원로와 학계 기업 금융 법률 등 각 분야의 지도층 인사 150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에 바란다'는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을 가장 경계했다.


다음으로 '포퓰리즘적 국정운영'과 '비전문가(측근) 중심의 국정운영'을 우려했다.

한 마디로 새 정부는 결코 참여정부식의 리더십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인 셈이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규제완화를 꼽은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법과 질서 준수의식을 바로잡으려면 '집단 이기주의에 굴복하지 말아야'하고 '기초 질서부터 바로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타협과 대화의 정치 주문 많아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리더십으로 참여정부의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전체 응답자 150명 중 63명(42%)이 '독선과 아집의 국정운영'을 경계 대상으로 꼽았고 △인기 영합주의(포퓰리즘)적 국정운영(40명,26.7%) △비(非)전문가 측근 중심의 국정운영(35명,23.3%)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발연대식 국정운영'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9명(6%)에 불과해 '1970년대로의 회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과 국가운영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1.3%(92명)가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을 꼽았다.

대통령 당선자가 오랜 기간 동안 기업인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비전제시와 이행능력'이나 '목표달성 중시'보다는 정치적 리더십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선공약 이행문제와 관련해서는 107명(71.3%)의 응답자가 '실행 가능한 것만 취사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공약은 반드시 임기 내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150명 가운데 2명에 불과했다.

인사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을 묻는 질문에는 109명(72.7%)은 '다양한 전문가 풀(pool)활용'이라고 답했다.

의욕만 앞세우는 아마추어들이 국정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측근 및 보은인사 지양'(19.3%)을 꼽은 사람들은 이념지향적인 '386측근'을 중용한 참여정부의 인사 정책을 답습하지 말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공무원 수 줄여라" 71%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 대부분 설문 응답자들이 참여정부에서 공공부문이 방만하게 운영돼 온 만큼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어느 부문을 먼저 손대야 할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7%(79명)가 중앙정부를 꼽았다.

그 뒤를 △공공기관(25.3%) △지방자치단체(9.3%) △국회(8.7%)가 이었다.

중앙정부를 먼저 손대야 다른 부문으로 파급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공공부문 개혁 착수시기에 대해서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54%)와 '인수위 출범시부터'(34.7%) 등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중앙정부 내 조직 중에서는 청와대와 국정과제위원회를 먼저 슬림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1.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조직존폐 논란에 휩싸여 있는 국정홍보처(14.0%)와 대입 입시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12.7%)를 손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통령 당선자가 56개 부처를 10개 부처로 통폐합하는 '대부처 대국체제'로의 전환 방침을 밝힌 데 대해 75.3%(113명)가 찬성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 정원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에는 70.7%(106명)가 반대 의견을 냈다.

공무원 정원 유지에 대한 찬성 응답은 22.7%,무응답은 6.3%였다.

김관보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은 "부처를 10개로 줄이면서 공무원 수를 동결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5년간 어떻게 공무원 수를 감축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과)는 "공무원노조가 있기 때문에 강제적인 인력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무원 수를 조정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