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 민심이 우회전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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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한진(嚴漢振) < 한림대 교수·사회학 >
이번 대선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현대사에 전환점을 이루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먼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선이 지녔던 가치가 상대화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1963년 제5대 대선 이후 대통령 직접선거는 한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의식(儀式)이었다.
그러나 어제 많은 사람들은 처음으로 투표장에 가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대선에 놀라우리만치 무관심했던 배경에는 그간 터부시돼온 절차적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또한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부터 진보진영이 누려온 지적(知的),정신적 헤게모니의 종식을 확증하는 의미를 지녔다.
진보진영의 후보들은 더 이상 전망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서민도 대중도 네티즌도 그들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된 시민사회의 보수화가 있다.
이 보수화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불황의 상황에서 국익이나 경제성장 이외의 다른 가치들이 설 자리를 잃고 일면적인 사고(思考)가 심화된 결과다.
이전 두 번의 대선 출마 때와는 사뭇 달랐던 허경영 후보에 대한 관심,현실에서는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그의 공약의 인기는 외환위기의 사회적,이데올로기적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그의 공약에 나타나 있는 정치와 공무원에 대한 불신은 대안을 가지지 못한 국민들의 절망의 정도를 보여준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의미는 세계가 경탄한 민주화의 성지 한국이 이제 보수화 및 우경화 현상의 중요한 사례로 변신하게 됐다는 점이다.
탈냉전ㆍ세계화를 배경으로,그리고 '대(對)테러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우경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보수의 세력확대가 아닌,보수의 급진화를 의미하는 우경화는 저발전국이나 독재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민주화를 이미 경험한 사회,즉 포스트민주주의 사회의 현상이다.
우경화는 심각한 경제문제의 해결을 좌파와 개혁에 대한 공격,공격적인 민족주의와 군국주의에서 찾는 경향을 말한다.
동일한 경제위기에 직면해서도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대응이 나타난다.
우리사회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급진적인 사회체제 변혁에 동참하는 중미의 상황이 아니다.
그보다는 국민 대다수가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현 사회체제를 거부하지 않으며,세계에서 자국이나 자국 기업의 지위가 높아지는 것과 자신의 지위상승을 동일시하는 반주변부 국가들의 일반적 양상에 더 가깝다.
얼마 전 총선을 치른 터키의 국민은 자신들의 생활수준을 하락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을 지지했다.
중동의 강국 이란 역시 개혁적인 하타미 정권 이후 등장한 보수정권이 인권을 억압하고 국익을 내세워 국민들을 군사적 모험으로 몰아갔다.
한국도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정치권력은 우리 밖의 것으로 눈을 돌리게 할 수도 있다.
아직은 '참아내지 못할 만한(intolerable)' 상황을 겪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인이 보여주는 이주민들에 대한 놀라운 '관용(tolerance)'이 더 이상 참지못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데에는 몇몇 정치가나 기자의 애국심만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타자는 밖에도 있다.
유고분쟁 등 지역분쟁의 사례들은 한국에서도 경제와 빈곤문제에 대한 정권의 무능력이 북한이나 일본,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한국사회가 보여온 제도권 정치의 과잉은 급격히 정치의 쇠잔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제도권 정치와 정치면 기사에 중독됐던 국민들이 어떤 대안을 찾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운명도 이들의 선택과 함께 갈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현대사에 전환점을 이루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먼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선이 지녔던 가치가 상대화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1963년 제5대 대선 이후 대통령 직접선거는 한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의식(儀式)이었다.
그러나 어제 많은 사람들은 처음으로 투표장에 가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대선에 놀라우리만치 무관심했던 배경에는 그간 터부시돼온 절차적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또한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부터 진보진영이 누려온 지적(知的),정신적 헤게모니의 종식을 확증하는 의미를 지녔다.
진보진영의 후보들은 더 이상 전망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서민도 대중도 네티즌도 그들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된 시민사회의 보수화가 있다.
이 보수화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불황의 상황에서 국익이나 경제성장 이외의 다른 가치들이 설 자리를 잃고 일면적인 사고(思考)가 심화된 결과다.
이전 두 번의 대선 출마 때와는 사뭇 달랐던 허경영 후보에 대한 관심,현실에서는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그의 공약의 인기는 외환위기의 사회적,이데올로기적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그의 공약에 나타나 있는 정치와 공무원에 대한 불신은 대안을 가지지 못한 국민들의 절망의 정도를 보여준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의미는 세계가 경탄한 민주화의 성지 한국이 이제 보수화 및 우경화 현상의 중요한 사례로 변신하게 됐다는 점이다.
탈냉전ㆍ세계화를 배경으로,그리고 '대(對)테러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우경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보수의 세력확대가 아닌,보수의 급진화를 의미하는 우경화는 저발전국이나 독재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민주화를 이미 경험한 사회,즉 포스트민주주의 사회의 현상이다.
우경화는 심각한 경제문제의 해결을 좌파와 개혁에 대한 공격,공격적인 민족주의와 군국주의에서 찾는 경향을 말한다.
동일한 경제위기에 직면해서도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대응이 나타난다.
우리사회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급진적인 사회체제 변혁에 동참하는 중미의 상황이 아니다.
그보다는 국민 대다수가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현 사회체제를 거부하지 않으며,세계에서 자국이나 자국 기업의 지위가 높아지는 것과 자신의 지위상승을 동일시하는 반주변부 국가들의 일반적 양상에 더 가깝다.
얼마 전 총선을 치른 터키의 국민은 자신들의 생활수준을 하락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을 지지했다.
중동의 강국 이란 역시 개혁적인 하타미 정권 이후 등장한 보수정권이 인권을 억압하고 국익을 내세워 국민들을 군사적 모험으로 몰아갔다.
한국도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정치권력은 우리 밖의 것으로 눈을 돌리게 할 수도 있다.
아직은 '참아내지 못할 만한(intolerable)' 상황을 겪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인이 보여주는 이주민들에 대한 놀라운 '관용(tolerance)'이 더 이상 참지못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데에는 몇몇 정치가나 기자의 애국심만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타자는 밖에도 있다.
유고분쟁 등 지역분쟁의 사례들은 한국에서도 경제와 빈곤문제에 대한 정권의 무능력이 북한이나 일본,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갈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한국사회가 보여온 제도권 정치의 과잉은 급격히 정치의 쇠잔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제도권 정치와 정치면 기사에 중독됐던 국민들이 어떤 대안을 찾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운명도 이들의 선택과 함께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