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뭘까.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직접투표가 부활된 이후 대선 최종 투표율은 1987년 13대 때 89.2%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1992년 14대 81.9%,15대 80.7%,16대 70.8%로 계속해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때문에 올해 대선에서는 특히 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는 목적에서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한살 낮췄다.

덕분에 총 유권자 숫자가 2002년에 비해 270만명가량 늘어났다.

선관위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발송 등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전개했다.

이날 오전에는 투표율이 낮게 나타나자 투표독려 방송까지 실시했다.

그럼에도 19일 오후 6시 투표를 마감한 결과 총 유권자 3765만3518명 중 2368만3684명이 투표에 참여해 62.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한 주된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BBK 의혹을 둘러싼 범여권과 한나라당의 지루한 네거티브 공방이 정치 혐오증을 키운 데다 일찌감치 굳어진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막판까지 지속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박빙의 승부로 진행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을수록 투표율이 높아지고,반대로 누가 당선될지 명확해지면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당선자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꾸준히 40%를 넘나들면서 독주체제를 이어왔다.

2위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두 배 격차 기조도 거의 흐트러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BBK 의혹과 관련한 이명박 대 반 이명박 후보들 간 네거티브전은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했다.

후보들의 능력과 차별성을 부각시킬 진정한 정책 대결도 실종됐다.

선거 막바지에도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10%를 웃돌았다는 대목은 무관심 현상을 방증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