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슬램 덩크(slam dunk·농구 용어로 확실하다는 뜻)'다.

" "불도저가 운전석에 앉았다."

CNN 블룸버그 AP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19일 'BBK 동영상 공개'와 '이명박 특검법 통과' 등 선거 막판에 불거진 여러 가지 변수에도 불구하고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주도해온 이명박 후보의 지지세를 꺾을 수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 언론은 한국에서 최초로 비즈니스맨이 대통령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같은 결과가 향후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경제를 화두로 삼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눌렀을 때 사용했던 '문제는 경제야.이 바보야'라는 캐치프레이즈의 한 구절인 'It's the Economy'(문제는 경제다)를 개표 직전에 올린 글의 제목으로 달았다.

경제가 선거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막판에 도진 이 후보의 비윤리적 문제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기대를 깨뜨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유권자들이 이상적인 비전보다는 '빵과 버터'(일상 생활을 의미)의 이슈를 들고 나온 이 후보의 캠페인에 끌렸다"며 "이 후보가 청계천 사업과 대중교통 개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과 같이 앞으로 대운하 건설과 충청 지역 과학단지 조성 등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명박의 인생 스토리를 소개하며 "지독한 가난에서 부를 일군 이 후보의 일생이 한국의 성장사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한국 방송사들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들며 '대북 강경파'인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며 그는 한국에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표차로 승리한 대통령 후보로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경제 이슈가 선거 분위기를 압도한 것과 관련,이념이나 남북 문제가 가려진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진 증거라고 볼 수 있지만 금융 산업의 발전 등 한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진정한 개혁 과제는 뒷전에 밀렸다는 점에서는 의외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저조하게 나온 것과 관련, "이 후보가 줄곧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지켜온 데다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자질에 실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FT는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무능하다고 평가되는 노무현 정권과의 연관성 때문에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선거에 대해 "한국의 유권자들이 현 여당의 대북 햇볕정책에 쌀쌀맞은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이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한국에서 10년 만에 보수당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며 특히 한국 최초의 경제인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점도 주목된다고 전했다.

한편 BBC 등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특검 문제가 남아 있어 여전히 정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 후보는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BBC는 이 후보의 압도적 승리는 한국 유권자의 관심이 윤리적인 문제보다는 경제 상황을 우선시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한국 유권자들이 이 후보를 대통령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후에는 도덕성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앞으로도 특검 조사가 이 후보를 괴롭힐 것이라며 그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조사를 받는 대통령 당선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