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19일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2위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1987년 직선제 실시 이후 처음이다.

선거 막판 BBK 동영상 파문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적을 얻음에 따라 이 당선자가 국정 운영의 안정적인 진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와 정치권의 쟁투는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각 당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이긴 쪽은 이긴 대로,진 쪽은 진 대로 논공행상과 책임론으로 홍역이 불가피하다.

당권,공천 문제를 놓고도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게 확실하다.



◆압도적 승리의 의미=우선 이 당선자가 여소야대에도 불구하고 정국 주도권을 노려볼 수 있는 '디딤돌'을 만났다.

신당을 비롯한 '반(反)이명박' 측의 BBK 특검 공세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당선자는 이 같은 표심을 발판으로 특검을 정면으로 뚫고 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선 이미 이 당선자가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며 자신했기 때문에 특검 파고는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과반 득표를 얻지 못했으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국민들의 선물"이라며 "향후 걸림돌로 예상되는 '이명박 특검' '이회창 신당' 등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권이 참패 후유증을 추스리고 나면 총선을 겨냥해 다시 공격의 예봉을 날카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 수사가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2월25일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치 공방으로 인해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 구상이 자칫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집권 초반 이 당선자에겐 여전히 부담이다.

정권의 인수.인계 과정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


◆박근혜의 선택은=당에 대한 이 당선자의 장악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 설정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BBK 파문에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나서면서 최대 고비를 맞은 이 당선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선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 이후 유세 지원에까지 나서면서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당선자가 박 전 대표에게 톡톡히 신세를 진 셈이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친 이명박-친 박근혜' 진영 간 공천 문제를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당선자 선거 캠프의 상당수 실무 참모들은 대선 직후 표밭갈이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의원들과 공천 갈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홍을 겪은 뒤 공천 탈락자가 이회창 측과 결합하면서 범보수 신당이 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오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전 대표를 놓칠 경우 대구.경북(TK) 및 충청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총선 과반 의석 확보는 힘들어진다.

이 당선자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당선자는 어떻게 하든 박 전 대표를 추슬러 함께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당선자는 이날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해 화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