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명박 당선자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9개 광역자치단체 중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북도 등 호남 3곳을 제외한 13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기반인 대구와 경북에서는 70%를 웃도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며,서울 부산 인천 울산에서도 50% 중반대의 고른 득표율을 얻었다.

이회창 후보의 텃밭으로 예상됐던 대전과 충남.북에서도 34~41%대의 지지율로 1위를 지켰다.

이 당선자는 그러나 호남 3곳에서는 모두 8.5~9.2%대의 득표율에 그쳤다.

당초 이곳에서도 10% 이상 지지를 얻어 전국적 지지기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광주와 전북에서 80% 이상을,전남에서도 78%가 넘는 몰표를 얻어냈으나 서울과 경기,인천,대전과 충청도 지역에서는 25%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10% 초반대에 그쳤으며 강원도에서도 20%를 넘기지 못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텃밭인 광주에서 1.0%,전남에서 2.3%밖에 얻지 못하는 참담한 패배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는 전통적으로 선거에 무관심했던 부유층 거주지역의 투표율과 이 지역에서의 이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이 눈에 띄게 높아져 눈길을 끌었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용인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68.0%,서초구는 64.4%의 득표율을 기록,서울시 평균인 53.2%를 훨씬 웃돌았다.

경기도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도 60%가 넘었다.

대선과 종부세 부과시점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세제 완화의 기대감이 깔린 투표로 해석된다.

이번 대선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눈에 띄게 낮아진 투표율.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는 목적에서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한살 낮췄음에도 불구,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62.9%로 종전 최저였던 16대 때의 70.8%보다 7.9%포인트나 떨어졌다.

선관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광고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까지 발송하는 등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전개했다.

이날 오전에는 투표율이 낮게 나타나자 투표 독려 방송까지 실시했다.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는 BBK 의혹을 둘러싼 범여권과 한나라당의 지루한 네거티브 공방이 정치 혐오증을 키운 데다 일찌감치 굳어진 이명박 당선자의 대세론이 막판까지 지속된 영향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꾸준히 40%를 넘나들면서 2위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두 배 격차 기조를 유지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그동안 이명박 당선자가 독주하는 바람에 박빙의 승부가 전개되지 않아 투표 참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도 "지나친 네거티브 선거전 탓에 투표하러 갈 명분이 생기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김면회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16대와 같이 보수 대 개혁이라는 양강구도가 확립되지 않았고 정책대결도 실종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김홍열/이심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