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20일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를 주장해오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그동안 부진세를 나타내오던 은행주들의 주가에 인수합병(M&A) 가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병문 한누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년 동안 참여정부는 은행부분보다 비은행부분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재편해 왔지만 신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금융산업 정책은 은행부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어, 은행업종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명박 당선자가 기존에 발표한대로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추진할 경우, 산업자본들이 은행 지분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은행주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건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산분리 완화'가 제도적으로는 허용되더라도 감독을 통한 실질적인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은 고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러나 "비은행부문에 대한 금산분리와 연기금 및 펀드의 은행 소유 제한은 상당부분 완화될 여지가 있어, 은행주 수급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M&A 기대감으로 은행주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 애널리스트는 "신정부에서 은행법과 금산법 개정, 은행 민영화 등이 논의되기 시작하면 개정되지 않더라도 개정 논의만 갖고서도 은행주 밸류에이션 은 상향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은행주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7배에서 11배로 54%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산분리 완화를 가정할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은행, 우리금융, 전북은행 등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의 지분 인수 움직임, 즉 M&A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이는 정부의 기업은행 민영화 및 우리금융 예보 지분 매각과 연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산 분리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법안이 개정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구 애널리스트는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모두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돼야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여부는 불확실성이 높은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한누리증권은 향후 은행권 M&A 주체로 등장할 하나금융, 금산분리 완화와 민영화 추진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우리금융, 내년 4~5월 매각 뉴스가 재등장할 외환은행 등을 수혜종목으로 꼽았다.

현대증권은 우리금융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73% 중 51%의 지배지분을 연기금 및 장기 투자자에게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될 경우 산업자본에 일괄 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대구은행부산은행은 현재 대주주인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 지분을 확대해 그룹 계열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은행과 은행중심 지주사를 포함하는 KRX금융지수는 전날보다 2.33% 오른 1060.65를 기록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우리금융이 4.48% 오르고 있고 하나금융지주와 기업은행도 각각 3.74%와 3.47%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 부산은행, 외환은행 등도 1~2%대의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