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도 누리면 좋겠어요.

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서 책도 보고 글도 쓰면서 좀 더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어요.

공연도 오페라보다 콘서트 위주로 하고 싶구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45)가 20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는 오페라보다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은 콘서트 중심으로 공연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음반회사 유니버설뮤직코리아와의 전속계약 사실과 내년 1월3일까지 이어지는 '수미 조 앤 위너스' 콘서트의 진행 상황을 발표하는 자리.

조씨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스스로가 소진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들에게 제공할 음악적 무게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목을 보호하기 위해 가습기 3개를 틀어놓고 방 안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성악가의 또다른 고충이다.

그는 "이 시점에서 제 생활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야 다음 공연에서도 깊이있고 풍성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쉴 곳은 한국이 아니라 현재의 거처인 이탈리아 로마다.

한국이 고향이긴 하지만 동시에 어느 자리보다 최고의 연주를 선보여야 하는 어려운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젠 관객들을 직접 만나고 교류하는 콘서트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모든 이의 화합이 중요한 오페라 작업에서 음악적으로 마음이 맞지 않는 이들과 일을 하면 개인적으로 마음 고생이 심할 뿐 아니라 좋은 음악도 나오기 어려워요."

그래서 내년에는 오페라 공연 일정을 하나도 잡지 않았다.

대신 내년 5월 중 예술의전당 20주년을 맞아 독창회를 열 생각이다.

이번에 계약한 유니버설뮤직코리아를 통해 내년 12월에는 세계 각지의 민요를 현지어로 부른 음반도 낼 예정이다.

음반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호주,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발매된다.

선배 음악가로서 신진 성악가를 발굴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수미 조 앤 위너스' 콘서트.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젊은 성악가 중 국제 콩쿠르 우승 경험이 있거나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들을 선별했다.

이미 지난 16일 광주 공연을 마쳤고,22일 경기 군포,23일 부천,24일 대구,27일 경기 성남에서의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번 콘서트를 홍보하면서 제가 더 부각됐지만 실제 주인공들은 손지혜,이아경,한명원 등 후배 성악가"라며 "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계속해서 콘서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