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슬로건이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었다.
국민이 압도적 지지를 그에게 몰아준 이유는 그의 슬로건에서 찾을 수 있는데,하나는 실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제다.
이 당선자는 유세 도중 '말로 하는 정치' 대신에 실천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언변으로만 따지자면 이 당선자는 앵커 출신 후보보다 불리했지만,국민의 선택은 말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말을 제일 잘하는 분들 중 하나였고,그런 면에서 우리 국민들은 지난 10년간 대통령의 화려한 화술을 충분히 경험해 왔다.
특히 최근 5년간 대통령의 "깽판친다"류의 막말식 입담은 몇몇의 속을 시원하게 했지만,많은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하게 거침없었다.
이번 선거가 노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는 점에서 이 당선자는 말은 좀 못해도 실천을 잘 하는 지도자를 원하는 민의(民意)를 읽어야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그들의 수사학을 연구한 유명한 학자인 튤리스는 대통령의 수사학은 대통령 행위의 한 종류가 아니라,정치 행위의 잘못된 대안이라고 비판하면서,선동가 대통령에 의한 중우정치를 우려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화려한 언변으로 직접 국민을 상대한 대통령의 원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윌슨 대통령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은 현대 대통령들이 취하는 새로운 전략이지만,그것이 반드시 수사학일 필요는 없다.
실천이 더 중요한 것이다.
대선이 끝나 하루가 지난 이 시점에서 단순히 말을 잘하고 못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 후보가 한 말을 대통령이 되어서도 지킬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후보는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을 타산지석의 예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은 1988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나의 말을 들어보세요.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Read my lips-No new taxes)'라는 유명한 말을 했고,유권자 사이에 부시 후보의 감세 정책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돼서는 야당인 민주당의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1990년 민주당과 세금인상에 합의했다.
결국 1992년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공화당 우파인 뷰캐넌에 의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믿을 수 없는 대통령'으로 흠집이 생겼고,대선에서는 민주당의 클린턴에게 그 부분을 집중 공격받아 재선에 실패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은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그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 단임제이기에 미국의 경우와는 다를 수 있지만,후보시절 공약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무거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경제 살리기'라는 이슈를 선점하고 그 이슈를 제일 잘 풀어갈 수 있는 후보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제 국민은 그가 어떻게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루즈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통령을 네 번이나 한 인물이다.
그는 대공황으로 실의에 빠진 미국을 대상으로 1932년 대통령 선거 유세를 통해 '나는 미국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New Deal)을 당신과 내 자신에게 맹세합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고,그의 선거 유세에서 사용됐던 새로운 정책(뉴딜)은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 경제를 되살리는 정책 이름이 됐다.
루즈벨트를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4선의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그의 선거 구호 뉴딜 때문이 아니라 그가 실천했던 뉴딜 때문이었다.
'경제 살리기'는 이명박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구호였다.
이제 남은 것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거듭나는 실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