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패배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향후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갔다.

정 전 장관은 20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선거는 졌지만 우리는 단합했다.

국민이 저희의 손을 붙잡아주지 않았지만 저희는 하나가 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과정에서 단합했듯이 더 단단하고 진실해지고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가 국민으로부터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일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광주로 내려가 가톨릭단체가 운영하는 정신지체장애인시설인 '사랑의 집'에서 사나흘 머물며 '피정'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을 둘러싼 책임론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2선으로 물러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5ㆍ31 지방선거 이후 독일로 떠났듯이 잠시 외국행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퇴장'은 어디까지나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암중모색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전 장관뿐 아니라 주변 인사들도 향후 거취에 대해 극도로 언급을 피하면서도 '백의종군' 등의 표현은 일절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대선 참패의 원인이 정 전 장관 개인에 있기보다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탓이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데다,득표율이 25%를 넘어 범여권의 중심축으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을 위해 또 봉사하는 일로,항상 옳은 길을 갈 것을 국민 앞에 다짐한다"고 말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이에 따라 대선 이후 펼쳐질 '이명박 특검' 및 총선 정국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며 다시 한번 재기의 기회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권주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