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서울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 호가가 요동치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한데 따라 규제완화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남아있는 매물의 호가가 최고 1억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그러나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의 매수호가는 이에 따라가지 않아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가 여전히 커 실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20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호가는 이달 들어 주택형에 따라 전달보다 4000만~1억원가량 올랐다.

이 아파트 102㎡(31평)형은 지난달 9억8000만~10억3000만원이던 호가가 이달 10억5000만~10억7000만원으로 올랐고,112㎡(34평)형은 11억5000만~12억원에서 현재 12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인근 명성공인 관계자는 "최근 1~2주 사이에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매물이 크게 줄었다"며 "아직 매물을 거둬들이지 않은 집주인들은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실거래가는 변동이 없다.

대치2동사무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102㎡형은 이달 최고 매매가가 10억3000만원(13일 거래분)으로 지난달 최고가와 같은 수준을 기록한 뒤 호가가 오르자 거래가 끊긴 상황이다.

지난달 9건이었던 아파트 거래건수는 이달 20일 현재 5건에 그치고 있다.

개포 주공아파트도 매도호가는 오르는 반면 매수호가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저층인 1단지 50㎡(15평)형의 경우 호가가 지난달 9억6000만~9억7000만원에서 이달 10억원으로 3000만~4000만원가량 올랐지만,이 금액으로 매수하려는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우리부동산 최은희 대표는 "매수문의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 주공2단지도 43㎡(13평)형 호가가 지난달 4억7000만원에서 이달 4억9000만원으로 2000만원가량 올랐지만,매수세가 가세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잠실 주공5단지는 이명박 후보 당선으로 제2롯데월드 허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호가가 오르면서 일부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이 아파트 112㎡형은 지난달 11억3000만~11억5000만원에서 이달 12억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백조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 실제 거래도 12억원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119㎡(36평)형 호가도 지난달 13억8000만원에서 이달 14억2000만원으로 4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 전체 거래건수는 지난달 3건에서 이달 10여건으로 늘었다.

우리부동산 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과거 '제2 롯데월드는 당연히 초고층으로 지어야 한다'고 언급해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아파트와는 달리 강남권 일반아파트는 호가 상승 움직임이 거의 없다.

도곡동 렉슬은 109㎡(33평)형이 이달 14억원 선으로 지난달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42㎡(43평)형도 20억~21억원으로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치동 아이파크 178㎡(54평)형 역시 24억~25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호가상승이 앞으로도 실거래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규제가 완화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현재 그 방향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며 "최근의 재건축 아파트 호가 상승은 다소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좀 더 관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