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차기 정부의 대미ㆍ대북 정책은 '한·미 동맹 강화와 기존의 대북 정책 재검토'로 요약된다.

이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ㆍ미 관계와 관련, "한·미 동맹을 공고히 다지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와 다소 마찰을 빚었던 미국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 당선자와의 직접 통화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화답하는 분위기다.

반면 대북 정책은 10년간 지속됐던 햇볕 정책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북한을 놓고 '대북 비판에 대한 침묵'을 깨겠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강화

이 당선자는 이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에게 "새로운 한·미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한·미 관계가 지난 5년간 아주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고,신뢰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선 축하차 이 당선자를 찾아온 버시바우 대사는 "양국 관계가 더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 당선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외교가에선 노무현 정부의 자주 노선이 집권 초기 한·미 동맹에 상처를 입혔다는 게 중평이다.

작년 말부터 미국의 대북 정책이 누그러져 양국이 북핵 협상에서 완벽한 공조를 이루고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돼 동맹 관계가 상당히 회복됐지만 완치되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통상 분야에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고 국방 분야에선 환경 오염에 대한 치유 공방이 기지반환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 재조정 불가피

이 당선자는 기자 회견에서 "북한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침묵한 것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실용 노선'을 걷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볼 때 차기 정부가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협상을 계속하되 지원에 가까운 경제 협력은 다소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당선자의 대북 정책은 '개혁·개방과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에 포괄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햇볕 정책은 지원을 통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자는 것이었으나 차기 정부의 정책은 북한이 태도를 바꾸면 지원한다는 것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정책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이며 남북 관계가 한동안 탐색과 냉각기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정책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 어렵고 현재의 기조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개방할 의지가 없다면 경협에 한계가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이 당선자 측이 북핵 불능화에서 폐기 단계로 넘어갈 때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구성 방식과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