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명박 시대]이명박 당선자의 용인술 ‥ "인사엔 불도저가 아니라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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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정권인수위원회 및 인수위원장 인선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미 선거 전부터 인수위 준비를 해온 만큼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적 구성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즉석에서의 '깜짝 발표'를 자제한 것이다.
사람을 고를 때 최후의 순간까지 고심하고 또 고심하는 스타일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엔 불도저가 아니라 거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 당선자의 인사 결단은 늦은 편이다.
지난 6월 경선 선대위가 출범할 때는 첫 인사안이 나온 뒤 두 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적합한 인물이 아니면 차라리 공석(空席)이 낫다"는 이 당선자의 지론 때문이다.
앞으로 국정을 '이명박 정권'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수많은 인사를 앞두고 이 당선자의 인사ㆍ용인 스타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선택은 느리게,한번 찍으면 불도저처럼…
사람을 중용할 때는 장고를 거듭하지만, 일단 선택하면 일사천리로 자기 사람 만드는 데 탁월하다.
정치판에서 선거 전략가로 통하던 권택기씨는 휴일 골프장에서 생애 최고의 스코어를 앞둔 17번 홀에서 호출을 당해 이명박 캠프의 기획단장이 됐다.
안국동 개인 사무실 지하에 있는 다방에서 만나 "사무실로 같이 올라가자"고 밀어붙이는 이 당선자 앞에서 권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이명박맨'이 됐다.
서울시장 경선전을 앞둔 2001년엔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 있던 정두언 의원을 찾아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고, 퇴원 직후 부부동반 만찬으로 정 의원을 꼼짝 못하게 만든 일화도 유명하다.
'불도저 같은 이 당선자의 스타일에 불만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 측근은 "의심 나는 사람은 안 쓰지만, 한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단 뽑으면 끝없는 경쟁
이 당선자가 실무와 현장 중심으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캠프에는 다양한 경력의 현장형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학벌이나 출신 배경 등을 따지지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군으로 만든다.
대신 뽑아놓고 나서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보고서 한번 올려봐"라는 그 흔한 지시 한번 받지 못해 당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왜 날 데려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목해 버린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스스로 일을 찾게 하는 처절한 생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욕심 나는 사람을 뽑아 놓고는 "알아서 살아 남으라"는 식이다.
새로운 인사를 의식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 기존 인사들에게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선대위 회의에서 3선급 선대위원장들을 제쳐두고 말석에 앉은 30대 초반의 실무자가 내민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철저한 '실적 중시형'인 셈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정권인수위원회 및 인수위원장 인선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미 선거 전부터 인수위 준비를 해온 만큼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적 구성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즉석에서의 '깜짝 발표'를 자제한 것이다.
사람을 고를 때 최후의 순간까지 고심하고 또 고심하는 스타일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엔 불도저가 아니라 거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 당선자의 인사 결단은 늦은 편이다.
지난 6월 경선 선대위가 출범할 때는 첫 인사안이 나온 뒤 두 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적합한 인물이 아니면 차라리 공석(空席)이 낫다"는 이 당선자의 지론 때문이다.
앞으로 국정을 '이명박 정권'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수많은 인사를 앞두고 이 당선자의 인사ㆍ용인 스타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선택은 느리게,한번 찍으면 불도저처럼…
사람을 중용할 때는 장고를 거듭하지만, 일단 선택하면 일사천리로 자기 사람 만드는 데 탁월하다.
정치판에서 선거 전략가로 통하던 권택기씨는 휴일 골프장에서 생애 최고의 스코어를 앞둔 17번 홀에서 호출을 당해 이명박 캠프의 기획단장이 됐다.
안국동 개인 사무실 지하에 있는 다방에서 만나 "사무실로 같이 올라가자"고 밀어붙이는 이 당선자 앞에서 권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이명박맨'이 됐다.
서울시장 경선전을 앞둔 2001년엔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 있던 정두언 의원을 찾아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고, 퇴원 직후 부부동반 만찬으로 정 의원을 꼼짝 못하게 만든 일화도 유명하다.
'불도저 같은 이 당선자의 스타일에 불만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 측근은 "의심 나는 사람은 안 쓰지만, 한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단 뽑으면 끝없는 경쟁
이 당선자가 실무와 현장 중심으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캠프에는 다양한 경력의 현장형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학벌이나 출신 배경 등을 따지지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군으로 만든다.
대신 뽑아놓고 나서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보고서 한번 올려봐"라는 그 흔한 지시 한번 받지 못해 당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왜 날 데려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목해 버린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스스로 일을 찾게 하는 처절한 생존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욕심 나는 사람을 뽑아 놓고는 "알아서 살아 남으라"는 식이다.
새로운 인사를 의식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 기존 인사들에게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선대위 회의에서 3선급 선대위원장들을 제쳐두고 말석에 앉은 30대 초반의 실무자가 내민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철저한 '실적 중시형'인 셈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