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17대 대통령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국민들은 50% 가까운 지지율을 보내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청와대의 새로운 주인으로 선택했다.

이 당선자가 압도적 우위를 지킨 것은 청계천 복원 등 서울시장 시절 보여준 행정능력과 추진력,대기업 최고경영자를 거쳐 누구보다 현실 경제에 밝다는 점 등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을 모두 열광적 지지자로 본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인물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차원에서 찍었다" "다소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무능한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한 집권세력을 다시 선택할 순 없다는 마음에서 표를 몰아줬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을 갈등하게 만든 것은 BBK다, 위장전입이다,자녀 위장취업이다 하며 많은 문제들이 불거졌던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도덕적 흠결이 없지 않은 후보에게 나라를 맡겨도 과연 괜찮을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던 셈이다.

더구나 다른 후보들마저 단점 투성이여서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했다.

집권세력을 대표하는 데다 남의 비방에 치중한 후보,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나중에 뛰어들어 다른 후보가 낙마하기를 기다린 후보,과거 경선에 불복했던 후보,최고경영자 출신이지만 아무런 정치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후보 등이 경쟁을 벌였으니 국민들의 성에 찰 리 없다.

"최선(最善)의 후보도 없고 차선(次善)의 후보도 없다.

주어진 기회는 최악(最惡)의 후보와 차악의 후보를 가리는 것 뿐"이라는 자조(自嘲)가 범람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당선자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험하고도 멀다.

당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당선자가 앞으로 국정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통령도 그랬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도덕과 질서를 지키라는 요구가 한낱 헛소리처럼 들리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가뜩이나 편법과 부패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가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두려운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5위에 불과한 상황 아닌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법과 원칙에 의한 통치철학을 분명히 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당선자가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역설적으로 한층 엄정한 법치(法治)가 필요하다.

'대통령도 그랬는데…'라는 말이 발붙일 여지 자체를 주어선 안된다.

상식과 도덕과 신뢰가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고 부패와 불법을 타파하는 것은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당선자가 철저한 법치를 통해 훌륭한 대통령,최선의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듣게 되기를 바란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