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실용정부'가 출범되면 막혔던 기업 투자가 '뻥' 뚫릴까.

경제계는 이명박 당선자의 기업환경개선 공약보다는 그의 친(親)시장적ㆍ친기업적 마인드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당선자 스스로가 밝혔듯,300조원의 유보금을 쌓아 두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제도 개선보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풀어주는 게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기업인들에게 특별히 규제가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반시장적ㆍ반기업적 분위기로 인해 기업인들이 투자를 꺼려온 게 사실"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나왔으니 기업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경제계의 기대를 정확히 읽었다는 평가다.

◆출총제 폐지 가시화될 듯

대대적인 규제 정비가 우선적으로 기대된다.

이 당선자는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이라는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에서 밝혔다.

원칙적 금지로 기업을 숨막히게 하는 규제로 대표적인 게 출자총액제한제도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출총제에 가로막혀 투자를 못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며 폐지 당위성에 고개를 저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폐지를 한 목소리로 외쳤던 건 출총제와 같은 사전 규제가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가 '원칙적 금지'규정을 대폭 손보기로 한 만큼 출총제가 그 첫번째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 환경 대폭 개선

이 당선자는 또 규제 절차 매뉴얼을 도입해 규제 권한을 틀어쥔 관료들의 자의적 집행을 줄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절차를 간소화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권에서 맴돌고 있는 인가 단계수와 소요기간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규제혁신시범지구를 지정해 규제를 푸는 실험으로 효과와 부작용을 가늠해본 뒤 전국에 확대 적용하는 체계도 새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에도 시범지구가 생길 경우 '이름뿐인' 경제자유구역을 대체하는 투자 해방구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승격시키고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지는 규제도 검토 대상으로 삼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강성 노동조합' 문제에도 메스를 댈 공산이 크다.

이 당선자는 노사관계에서 '법의 지배' 원칙을 줄곧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불법 파업을 일삼는 강경 노동운동 세력과도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기보다는 법에 따른 원칙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외자유치 환경조성

한편 이 당선자는 외국 기업과 우수 인력이 국내에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본국에 있는 것과 똑같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외국계 최고급 의료시설과 국제학교를 대폭 늘리고 영어를 상용어로 사용하는 지역을 지정하는 등 기존의 '금기'를 깨는 과감한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세제ㆍ절차상 지원을 한 곳에서 처리할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경영 활동 지원 인프라 구축도 뒤따를 전망이다.

또 이 당선자가 금융 관련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고 공언해,헤지펀드 조기 허용 등 금융 분야의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