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참여정부의 정책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 논리를 바꿀 수 있냐"는 질문에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동안 좌파성향 정부에서 일해 온 각 정부부처 관리들은 참여정부의 진보ㆍ개혁 성향의 정책을 어떻게 보수 성향의 코드로 전환할지 고심하고 있다.

부동산세제 완화,금산분리 완화,수도권 규제 완화 등 이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정책들뿐 아니라 교육 및 노동정책도 상당 부분 현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


◆종부세ㆍ금산분리 완화

이 당선자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에 비해 종부세 등 보유세 비중이 결코 높지 않다"고 역설해온 재정경제부는 앞으로 상반된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처지다.

종부세와 양도세는 급격한 조세부담으로 인해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를 수정하려면 저소득층과 무주택자들의 또다른 반발을 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들에게 완화 혜택을 주는 선에서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거래가 과세,주택거래 신고 등 합리적인 정책들은 그대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갖고 있는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부과는 세금부과 기준액이 상향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를 방지하는 금융ㆍ산업 분리원칙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재경부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이유로 금산분리 원칙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당선자는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자본을 역차별할 수가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사후감독 등을 통해 사금융화 등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건설교통부 관리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역균형발전,출총제 등도 고민

참여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기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 내부에서도 지나친 수도권 집중문제는 앞으로도 규제를 해야 하지만 강제적인 공기업 이전 조치나 최근 국회 입법과정에서 벽에 부닥친 발전수준별 4단계 차등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는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출총제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요 정책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당선자의 성향으로 볼 때 대대적인 노선 수정이 예상된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 등 기업친화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 검찰' 역할을 자임해 왔던 공정위의 위상과 역할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좌파 성향의 노동정책을 펼쳐온 노동부는 이명박 당선자의 친기업 성향에 맞춰 어떤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마련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정 운영이 성장 위주로 변화하면 노동정책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