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는 현행 25%인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세제를 책임진 재정경제부 세제실과 한국조세연구원 등은 이 당선자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기 전까지 감세 공약의 타당성과 세수 부족 해소 방안 등을 내놓기 위해 이미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하고 법인세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충분히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재경부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 효과가 그동안 법인세의 대부분을 내고 있는 대기업들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 이념 논쟁으로 흐를 것을 경계하고 있다.

◆올해 33조원 법인세 예상


재경부가 작성한 '2008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33조904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6.3% 늘어난 36조566억원의 법인세수를 전망했다.

이는 물론 현재 적용되는 법인세율(13%,25%)로 계속 세금을 걷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경기 활성화로 최근 1~2년간 법인세 징수액이 늘어났다.

재경부는 그동안 "법인세율을 1%포인트만 내려도 1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감세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당선자가 감세를 표명한 이후 벌써부터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당선자의 공약대로 법인세율을 5%포인트 내리면 약 6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데 이는 부가가치세율을 1~2% 조정하고 면세와 영세율 적용 대상을 다소 축소하면 메울 수 있다"며 "결국 최고지도자의 결단에 달린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도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순수하게 연구 차원에서 감세안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다"며 "유럽에서 법인세율을 내린 국가들에서는 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져 2~3년 차이로 지체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법인세 세수가 감소하지만 경기 활성화에 따른 장기 세수 확충으로 메울 수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 경쟁국 수준 인하 관심


이처럼 법인세율 인하가 가능한 방안이라는 것만 뒷받침된다면 세율을 내려야 할 당위성은 널려 있다.

우선 한국의 법인세율이 경쟁국에 비해 크게 높다는 점이다.

한국의 법인세율(25%)은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미국(35.0%) 독일(30.0%) 프랑스(28.0%)보다는 낮지만 글로벌 자본을 놓고 서로 제로섬 게임을 벌여야 하는 말레이시아(16.0%) 홍콩(16.5%) 싱가포르(18.0%)보다는 크게 높다.

국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인세 비중은 내년에는 21.7%를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의 국세 대비 법인세 비중(미국 8.7%,독일 4.5%)에 비하면 상당한 격차다.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을 보여주는 유효법인세율(법인세수를 과세 대상 이익으로 나눈 값)이 높은 것도 세율 인하의 명분이 되고 있다.

1996년 16.29%던 유효법인세율은 2003년 24.25%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25% 내외)과는 비슷하지만 대만과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10~15%포인트 높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좋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장 세수가 줄더라도 아시아 경쟁국 수준으로 세금을 내리면 기업 실적이 결국에는 좋아져 세수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