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선거 뒷자리의 차분함과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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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 < 소설가 >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의 국정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이 '마침내' 결정됐다.
이렇게'마침내'에 따옴표까지 쳐서 그 말을 강조하는 것은 새 대통령을 뽑는 과정과 절차가 무척 길고도 또 많은 사건들과 변수 속에 퍽이나 복잡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엊그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끝났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번도 거리 유세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텔레비전에 비쳐지는 후보들의 거리유세 모습을 보면서 예전 어느해의 선거와 지금 선거를 비교하게 됐다.
1987년,그해 내 나이 서른살이었다.
그해 여름 온 거리가 최루탄으로 녹아나던 불볕더위 속에 독재권력에 맞서 매일매일 민중전쟁처럼 치러낸 6월 항쟁으로 우리는 마침내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받아냈다.
그리고 치러진 첫 선거에서 지금도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때 그 선거에서 보았던 후보들의 모습이 아니라,지금은 시민 공원으로 변한 여의도광장에서 치러진 세 번의 대규모 유세 집회였다.
정말 그곳에 100만명이 모였을까만은,그때 각 당마다 자기들 유세집회에 100만명이 모였다고 했다.
그렇게 대규모로 민중을 동원할 금권과 카리스마를 가졌던 때문일까,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사람 모두 차례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고 또 5년씩 국정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그 20년 동안 선거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후보자들간의 경쟁은 예나 지금이나 뜨겁지만 국민의 모습은 보다 성숙하고 차분해져 갔다.
선거 유세집회에서 지지자 100만명(실제 100만명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의 100만명이라 하더라도)을 동원하던 시절,참으로 무서운 느낌 한 가지가 있었다.
저렇게 죽기살기로 무서운 기세로 선거를 치르고 거기에 또 저런 모습으로 동원되고 하다가 선거가 끝나 어느 한쪽은 승리하고 어느 한쪽은 패배하고 나면 저 무서운 기세가 현대판 민란으로 삽시간에 분위기를 바꾸어가지는 않을까 하는,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동원된 민중의 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지금이라고 왜 패배한 쪽 지지자들 마음 안에 한순간의 허탈감이 없을까만은 그 시절과 비교한다면 그것도 외연으로 드러나지 않을 만큼 차분한 모습들이다.
국가가 성숙해져 가고 국민이 성숙해져 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어떤 차분함을 큰 선거의 뒷모습에서도 전과 다르게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건들과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이런저런 의혹변수들 속에,또 그것들이 자아내는 열기 속에 대통령 선거는 치러졌고,그러느라고 올 한 해가 다 가고 이제 남은 날이 불과 열흘이다.
깊이 빠졌든 깊이 빠지지 않았든 그간의 선거 이슈와 열기로 우리가 제대로 잘 둘러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도 많다.
당장 구세군 자선냄비의 작은 종소리조차 선거전의 격한 유세소리에 감춰져 우리 귀에 제대로 들려오지 못했다.
외면하려고 해서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보니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것들,그것 역시 외면의 한 모습이긴 마찬가지다.
어디 이웃들의 모습만 그렇게 외면하였겠는가.한 해를 다 보내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자기 안의 거울을 들여다보았을까.
책상 위에 세워둔 달력을 보니 이제 남은 열흘도 어느 하루 빈 날이 없이 거기에 미리 잡혀 있는 일정들이 빡빡하게 적혀 있다.
아마 내 달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과 자영업자 대부분 사람들의 올해 남은 일정이 그럴 것이다.
그런 달력 위에 이제 불과 열흘 남은 날들을 위해 좀 굵은 매직펜으로 '차분하게'라고 네 글자를 쓴다.
그리고 다시 '따뜻하게'라고 네 글자를 더한다.
밤이면 거리의 불빛이 참 밝고 환하다.저 따뜻한 불빛 속에서도 우리가 잊고 있고 이웃이 잊고 있어 여전히 춥고 어두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큰선거가 끝나고 한 해가 가는 끝자리에 세상 사람들 모두 보다 차분하게 자신을 보고,또 따뜻하게 이웃을 함께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의 국정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이 '마침내' 결정됐다.
이렇게'마침내'에 따옴표까지 쳐서 그 말을 강조하는 것은 새 대통령을 뽑는 과정과 절차가 무척 길고도 또 많은 사건들과 변수 속에 퍽이나 복잡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엊그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끝났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번도 거리 유세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텔레비전에 비쳐지는 후보들의 거리유세 모습을 보면서 예전 어느해의 선거와 지금 선거를 비교하게 됐다.
1987년,그해 내 나이 서른살이었다.
그해 여름 온 거리가 최루탄으로 녹아나던 불볕더위 속에 독재권력에 맞서 매일매일 민중전쟁처럼 치러낸 6월 항쟁으로 우리는 마침내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받아냈다.
그리고 치러진 첫 선거에서 지금도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때 그 선거에서 보았던 후보들의 모습이 아니라,지금은 시민 공원으로 변한 여의도광장에서 치러진 세 번의 대규모 유세 집회였다.
정말 그곳에 100만명이 모였을까만은,그때 각 당마다 자기들 유세집회에 100만명이 모였다고 했다.
그렇게 대규모로 민중을 동원할 금권과 카리스마를 가졌던 때문일까,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사람 모두 차례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고 또 5년씩 국정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그 20년 동안 선거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후보자들간의 경쟁은 예나 지금이나 뜨겁지만 국민의 모습은 보다 성숙하고 차분해져 갔다.
선거 유세집회에서 지지자 100만명(실제 100만명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의 100만명이라 하더라도)을 동원하던 시절,참으로 무서운 느낌 한 가지가 있었다.
저렇게 죽기살기로 무서운 기세로 선거를 치르고 거기에 또 저런 모습으로 동원되고 하다가 선거가 끝나 어느 한쪽은 승리하고 어느 한쪽은 패배하고 나면 저 무서운 기세가 현대판 민란으로 삽시간에 분위기를 바꾸어가지는 않을까 하는,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동원된 민중의 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지금이라고 왜 패배한 쪽 지지자들 마음 안에 한순간의 허탈감이 없을까만은 그 시절과 비교한다면 그것도 외연으로 드러나지 않을 만큼 차분한 모습들이다.
국가가 성숙해져 가고 국민이 성숙해져 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어떤 차분함을 큰 선거의 뒷모습에서도 전과 다르게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건들과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이런저런 의혹변수들 속에,또 그것들이 자아내는 열기 속에 대통령 선거는 치러졌고,그러느라고 올 한 해가 다 가고 이제 남은 날이 불과 열흘이다.
깊이 빠졌든 깊이 빠지지 않았든 그간의 선거 이슈와 열기로 우리가 제대로 잘 둘러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도 많다.
당장 구세군 자선냄비의 작은 종소리조차 선거전의 격한 유세소리에 감춰져 우리 귀에 제대로 들려오지 못했다.
외면하려고 해서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보니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것들,그것 역시 외면의 한 모습이긴 마찬가지다.
어디 이웃들의 모습만 그렇게 외면하였겠는가.한 해를 다 보내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자기 안의 거울을 들여다보았을까.
책상 위에 세워둔 달력을 보니 이제 남은 열흘도 어느 하루 빈 날이 없이 거기에 미리 잡혀 있는 일정들이 빡빡하게 적혀 있다.
아마 내 달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과 자영업자 대부분 사람들의 올해 남은 일정이 그럴 것이다.
그런 달력 위에 이제 불과 열흘 남은 날들을 위해 좀 굵은 매직펜으로 '차분하게'라고 네 글자를 쓴다.
그리고 다시 '따뜻하게'라고 네 글자를 더한다.
밤이면 거리의 불빛이 참 밝고 환하다.저 따뜻한 불빛 속에서도 우리가 잊고 있고 이웃이 잊고 있어 여전히 춥고 어두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큰선거가 끝나고 한 해가 가는 끝자리에 세상 사람들 모두 보다 차분하게 자신을 보고,또 따뜻하게 이웃을 함께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