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체구의 30대 초반 이모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주로 술로 해소하며 특별한 문제없이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평소처럼 일과 후 소주를 두어 병 마시다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경희의료원 동서신의학병원에 이송돼 뇌경색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응급치료로 의식은 회복했으나 팔다리 마비는 풀리지 않았다.

이씨는 의사로부터 재활치료와 함께 한방음악치료센터에서 음악치료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한의사로부터 사상체질과 발병 요인을 감별받고 10회에 걸쳐 음악치료를 했다.

전혀 움직일 수 없던 오른쪽 팔이 힘주어 북을 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호전돼 퇴원할 수 있었다.

한방음악치료는 오행의 불균형과 음양의 승강을 감안해 체질별 치료를 한다.

음악으로 타고난 체질과 질병으로 인해 편향된 기를 조절하고 불안정한 심신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소음인은 신장이 크고 비장이 약한 체질로 위가 차가워 소화기계통이 약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기를 끌어올려 위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음악이 필요하다.

보케리니의 미뉴엣이나 가야금 산조의 중중모리처럼 상행도약 선율에 역동적인 부점리듬,밝고 안정적인 장3화음이 주를 이루는 음악을 들려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반대로 소양인은 비탈리의 샤콘느 사단조,대금산조의 진양조처럼 치솟아오르는 화열(火熱)을 꺼주고 진액을 보충해주는 맑고 음적인 음악이 적합하다.

국악과 한의학을 전공한 이승현 센터장은 "기존 음악치료는 서양음악과 심리학에 기초를 두고 정신질환 위주로 이뤄진다"며 "이에 비해 한방음악치료는 몸과 맘이 하나라는 개념 아래 국악과 클래식을 활용해 정신질환은 물론 뇌졸중,암,심장병,관절염,아토피,근육마비 등의 육체적 질병까지 치료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센터는 4명의 한방음악 치료사가 환자에게 최적의 음악을 선곡,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연주까지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 245명의 중풍환자를 비롯 총 990여명을 치료해왔다"며 "혈액암의 경우 9명의 환자에게 8개월간 치료한 결과 백혈구 수치가 치료 전보다 평균 1.25배 증가하는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