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권인수위원회가 발족되면 많은 경제단체ㆍ중소기업 등 직종별 경제인을 직접 만나 새 정부의 투자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우선적으로 설명하겠다."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당선자의 내외신 기자회견장.이명박 당선자가 '경제의 주축'인 재계의 시각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누구를 만나겠다고 언급한 최초의 대상이 '기업인'이었다.

이 당선자는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를 위한 조직도 인수위에 꾸릴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글로벌 코리아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이날 밤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11층.이 당선자는 임태희 비서실장,주호영 부실장 등 측근들과의 회의에서 "당선자나 차기 정부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아낌없이 수렴하라"고 말했다.

인수위의 역할에 '국민 의견 반영' 부분을 반드시 포함시키라는 지시였다.

측근인 조해진 공보특보는 "지지한 사람이건 아니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이 당선자는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역대 다른 대통령 당선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우선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 그렇다.

'마케팅 리더십'이란 표현이 나온다.

재계나 민간의 의견을 묻는 '콜센터 정치'는 일종의 '입소문 마케팅'으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전략이다.

이 당선자는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산업화 민주화를 뛰어넘는 선진화,규제는 줄이고 서비스는 늘리는 도우미 정부'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부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바꿔야 한다"면서 "앞으로 인수위에서 여론조사기관이나 기업이미지(CI) 전문가에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당선자는 여론의 반응을 정치적 결정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대선 직전 '이명박 특검법' 수용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당선자 측 인사는 "이틀에 한번꼴로 다양한 이슈를 조사한다"고 전했다.

당선자와 가까운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은 "이 당선자가 딛고 일어선 바탕은 국민 여론"이라며 "(이 당선자와 같은) 소비자를 중시하는 마케팅 마인드가 정치 공간에도 적용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2004년 8월 이명박 서울시장은 수행원 없이 과천 서울대공원을 불시에 방문했다.

일종의 '암행'이었다.

이 시장은 혼자 이리저리 둘러보다 인근 안내원에게 "기린을 보고 싶은데 안내판이 없다"고 물었고,안내원은 뒤늦게 이 시장인 것을 알아보고 급히 사무소에 보고했다.

사무소 직원들이 서둘러 뛰어나왔지만 이 시장은 "그냥 혼자 둘러보러 왔다"면서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자기 일들 보라"고 말했다.

이런 잠행이 세 번이나 벌어지자 공원관리사무소는 발칵 뒤집혔고,급기야 공원 안내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게 된다.

나중에 보고를 받은 이 시장은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라고 한마디만 했다고 한다.

이렇듯 이 당선자의 '실천' 리더십은 "진작 알아서 해야지?"라는 말로 집약된다.

그가 일과 관련해 실무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은 "단순히 머릿속으로 구상만 한 것은 현실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고 바로잡기 위해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