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이멜트보다 낫다
월가는 '불도저' 같은 최고경영자(CEO)를 선호한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지배형 CEO가 토론을 중시하는 개방적 CEO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즈니스위크(BW)는 20일 스티븐 카플란 시카고대 경영학 교수의 최근 논문을 소개하며 팀플레이와 소통 능력 등 '소프트 스킬'보다 의견 관철력 같은 '하드 스킬'이 CEO의 성과를 좌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차세대 CEO의 조건으로 '직원 의견을 잘 듣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꼽아온 최근 트렌드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초 뉴욕타임스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CEO를 21세기 모범 기업인으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잭 웰치 전 CEO 등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기업인은 구세대적인 스타일로 간주됐다.

지난 몇 년간 GE 외에도 휴렛팩커드,IBM 등 여러 기업이 개방적 CEO로의 세대 변화를 겪었다.

이처럼 CEO 유형의 세대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은 평가를 사모펀드가 했기 때문이다.이번 평가는 2000~2005년 313명의 미국 기업 CEO 및 후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우선 각 인물을 인터뷰해 리더십의 성격을 분류한 후 블랙스톤과 베인&컴퍼니 등 24개 사모펀드 담당자들에게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실적과 CEO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를 주도한 스티븐 카플란 교수는 "뭔가를 실행하도록 만드는 '하드 스킬'이 (CEO 실적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팀워크를 중시하는 '소프트 스킬'이 결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약간 의외"라고 밝혔다.

사모펀드인 센터브리지 파트너스의 마크 갤러글리 공동설립자는 학계의 결론이 실제와 가깝다며 효율성과 실행력을 갖춘 기업인을 투자 기업의 조건으로 꼽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나 잭 웰치 전 CEO를 이 같은 유형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주변의 의견을 아우르기보다는 뚜렷한 자신의 비전을 효율적으로 실현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소프트 스킬의 경우 일정 수준만 갖춰도 되지만 하드 스킬의 효용은 무한대라는 뜻"이라며 "유연한 태도가 지나치면 우유부단해 보이는 반면 집요함은 강할수록 큰 효과가 있다"고 풀이했다.

단 적극성이 과도해 예의를 잃을 경우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가 사모펀드의 평가에 국한된 만큼 바람직한 CEO의 모델로선 한계가 있다.

빠른 실적을 올리는 게 우선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CEO의 실행력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플란 교수는 "소프트 스킬은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라며 "단지 어느 수준 이상을 넘으면 직접적인 기업 실적과 큰 상관이 없어진다는 의미"라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