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은 내년 글로벌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년에도 아시아 신흥시장이 좋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지역 경제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글로벌 신용위기에서도 한발 비켜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투자도 아시아 신흥시장 비중을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


◆'내년도 아시아 시장이 좋다'


유럽계 증권회사인 UBS는 21일 "미국은 경기 침체 우려가 있고 모기지 부실이 심한 유럽은 미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며 "반면 아시아 신흥시장은 전 세계에서 경제가 가장 견고해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 1.8%,EU 1.5%,일본 0.9%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과 인도는 각각 10%,8.5%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UBS는 유럽지역 투자 비중을 MSCI지수 비중보다 1% 줄이고 아시아 신흥시장 비중은 0.5% 늘릴 것을 권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2008년 글로벌 증시전략 보고서'에서 "최근 7년간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신흥시장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며 "귀금속,소비재,휴대폰,고가품 제조 및 판매,은행 등의 업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망 국가로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지목했다.

또 통화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투자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내수 성장으로 미국 경기 침체서 한발 비켜나'

외국계 증권사들이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를 권하는 이유는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아시아 신흥지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내수는 커지고 있어 미국발 금융위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전년 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은 각각 18.8%,14%로 추정됐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은 주택가격 하락과 신용위기,소비 감소 등으로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이익이 내년에 평균 5~10% 감소할 전망"이라며 "아시아 신흥지역은 미 경기 하락의 영향이 미친다 해도 10% 정도 기업이익이 늘 것"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내년 아시아지역 기업이익 증가율은 11.1%로 G7(선진 7개국)의 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신흥 증시는 유동성과 소비 증가,건설 경기 상승세로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증시와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지역 유동성은 최근 10년간 16~17% 증가,내년엔 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지역 내 유망 국가로 중국과 싱가포르를 거론했다.

또 한국과 대만 태국 등은 새 정부가 친기업적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기업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시아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매력적이지만 미국발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위기,중국의 경기 과열 우려가 아시아 지역의 증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아시아 기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16%에서 8~10%로 낮췄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