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가 외교정책의 기치로 내건 '실용외교'의 출발이 일단 순조롭다.

이 당선자는 당선 확정 이틀 동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각각 통화했으며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대사들의 예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는 물론 경제협력 등 포괄적인 협력사안에 대한 이 당선자의 의중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셔틀외교 추진과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자원 개발 참여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이 당선자는 21일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ㆍ미ㆍ일 3자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다 총리와 첫 전화통화에서 "6자회담을 통한 일본의 북핵폐기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어떻게 하든 한반도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형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후쿠다 총리는 "6자회담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한국과 공조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고 이 당선자는 "일본과 강력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후쿠다 총리는 또 "취임하면 이른 시일 내에 (이 당선자가) 일본을 방문해 양자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일본 방문을 제안했고,이 당선자는 "양국관계에 있어 형식적인 만남보다는 일이 있으면 그때 그때 만나는 셔틀외교가 좋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아울러 이 당선자는 이날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당선 축하인사차 예방한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와 글레브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이 당선자는 닝쿠푸이 대사에게는 "중국과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북한 자체를 위해 체제유지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높이는 일"이라며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을 맡고 있는 등 북핵을 포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바셴초프 대사에게는 "러시아와 한국이 협력해 동부 시베리아 개발을 함께 해 나가면 양국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구체적인 경제협력 구상을 내놨다.

이처럼 이 당선자의 외교행보가 순풍을 타면서 내년 상반기 안에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이 모두 이루어질 전망이다.

한 핵심 측근은 "미국과 러시아로부터는 공식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은 후쿠다 총리의 이 당선자 취임식 참석에 따른 답방 형식,중국과도 내년 상반기에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이 당선자와 회동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 당선자의 외교노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된 한국 국방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향후 한·미동맹이 어떠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양국 동맹의 (최종)목표 등을재검토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