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넜으면 타고 온 뗏목을 버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역대 정부의 친ㆍ인척 및 측근ㆍ보은인사 폐해를 '재구성'해보면서 교훈을 되씹어보길 권고하고 있다.

전례들은 수두룩하다.

전두환 정부 시절의 대표적인 인척 비리는 장영자ㆍ이철희 부부의 대형 어음사기 사건이다.

부부가 권력과 결탁해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수법을 통해 7000억원의 어음을 유통시킨 경제사건이다.

장씨의 형부이자 전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씨가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노태우 정권 때 박철언 전 정무장관의 슬롯머신 사건 이후에는 친ㆍ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양산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국정 2인자' 역할을 했던 김현철씨와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홍인길 전 의원은 '한보 게이트'와 '김현철 게이트'의 주인공이었다.

'몸통'과 '깃털' 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뒤 결국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당시 현철씨는 외환위기를 촉발한 단초로 잘 알려진 한보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특혜대출을 받도록 지원했다.

각종 공직 인사와 신한국당 공천권 행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대중 정부 역시 '오십보백보'였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인 김홍일 전 의원과 김홍업 의원은 종금사와 대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3남인 홍걸씨는 벤처업계 비리인 '최규선 게이트'에 엮여 법정에 섰다.

이른바 아들 3형제의 '홍3 게이트'였다.

3형제 중 일부는 정현준 게이트,진승현 게이트,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돼 가히 '게이트 공화국'이나 진배없었다.

여기에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노갑 민주당 고문은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으며,또 다른 최측근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북자금 제공으로 인해 형을 살았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될까.

"서구는 개인주의가 강하다.

친ㆍ인척 비리는 드물다.

미국에서는 아버지가 공화당 소속이더라도 아들은 민주당 의원인 경우가 허다하다.

우린 집단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비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진석용 대전대 정치학과 교수)

노무현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도덕성을 유난히 강조했으나 측근들의 비리가 활개쳤다.

노 대통령의 왼팔과 오른팔로 각각 알려졌던 안희정씨와 이광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안씨는 대선자금 2억원을 유용,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고,이 의원은 '썬앤문 사건'으로 특검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대통령 참모들의 부정과 비리가 꼬리를 물었다.

노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연임 청탁과 관련해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적도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럴 때마다 "참모들을 믿는다.

깜도 안된다"고 주장했으나 사실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국민정서를 고려해 문제점을 서둘러 잘라내기보다는 참모를 중시하는 서로 감싸는 가족주의 행태를 보였다."(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노무현 정부에서는 측근을 위주로 한 '코드인사'와 보은인사도 판쳤다.

지난 10월 말 중앙인사위원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임용된 장관 75명 중 30명(40%)이 대통령 측근,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출신 등이었다.

때문에 "측근 인사,특히 대선 후의 논공행상식 인사가 되지 말아야 한다."(김용호 인하대 행정대학원장)고 주문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측근 '예스맨'의 부추김에 흔들려 국민과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대통령제는 막강한 권력제다.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권을 노리는 정치구조다.

"외부적인 견제수단이 가장 효과적이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자각하고 조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부적 견제장치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 사직동팀이 있었으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가장 강력한 수단은 언론밖에 없다.

토사구팽만 하면 높은 충성을 이끌어 내기 어렵겠지만 공익을 해쳤을 경우엔 읍참마속해야 한다."(진석용 교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도 동의한다.

"명심해야 할 점은 측근들의 발호가 곧 이명박 당선자를 망치게 되고 당 전체를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