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취임 이후 당ㆍ정ㆍ청의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 당선자 측은 이를 위해 현행 당헌ㆍ당규에서 규정된 당권ㆍ대권 분리의 원칙을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 당선자 측의 한 의원은 "당헌ㆍ당규에 '당ㆍ정 일체'조항을 넣고,정무장관실을 신설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권ㆍ대권 분리 문제는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공천을 누가 행사하느냐는 문제와 관계가 깊어 당론 조율 과정에서 친이명박-친박근혜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당권ㆍ대권 분리 수정 왜?

이 당선자 측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입장이 바뀐 만큼,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선 당권ㆍ대권 분리 원칙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당선자의 국정 운영 구상을 당 차원에서 적극 밀어줘 힘있는 대통령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선 당시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희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노무현 대통령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당은 당대로,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각자 따로따로 나갔기 때문"이라며 "당과 대통령 관계를 재정립하고,새로운 협력,국정수행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선 공천에 대해 "청와대와 당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해서 그 결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의 한 측근 의원도 "참여정부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섣부른 당·정 분리였다"며 "당에서 이 당선자의 국정수행을 확실히 뒷받침하고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정 분리보다는,일체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ㆍ박근혜 측 반발

당ㆍ청이 일체화돼 대통령이 당 운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이 당선자는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표 측은 "벌써부터 권력 투쟁에 나서느냐,공천에서 우리를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측근 의원은 "당권ㆍ대권 분리는 규정인데,정치적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경된다면 그에 맞는 명백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내야 하고,그것은 당원의 총의들이 다 감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측근도 "당권ㆍ대권을 분리한다고 대통령에게 힘이 안 실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 같은 얘기를 꺼내는 진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 겠다.

우리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도 "현 지도체제가 내년 7월까지 가는데,그 전에 당헌ㆍ당규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권ㆍ대권을 분리하는 것이 야당일 때만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이 당선자가 각 정당이 이미 당ㆍ정 분리의 틀을 마련한 상황에서 과거 이른바 '제왕적 총재'와 같은 방식으로 당을 지배하는 쪽으론 가긴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둬가며 박 전 대표 측과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