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ㆍ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나란히 참석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TV나 휴대폰 등 가전제품이 주로 전시되는 행사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국내 반도체업체 대표 최고경영자(CEO)들이 참가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황 사장은 2004년 반도체총괄 사장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CES에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 별도로 반도체 전시 부스를 만들어 해외 바이어들과 상담하고 유력 바이어들과 미팅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황 사장은 지난 8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정전사고 이후 대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만큼 이번 CES 참석이 공식적인 '컴백 무대'이기도 하다.

김 사장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으로는 처음으로 CES를 찾는다.

CES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전임 우의제 사장과 달리 김 사장은 내년 CES에서 최진석 부사장(CTO),김대수 부사장(CMO) 등 중역들과 함께 해외 주요 거래선을 만날 예정이다.

이처럼 반도체 CEO들이 업종과는 무관한 CES에 가는 까닭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IT제품의 컨버전스(기능 융·복합)에 따른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CES에서 PC회사인 애플과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휴대폰을 내놨듯이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의 고객층을 간파하기 위한 것.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세계 주요 PC업체가 반도체 사업의 핵심 고객이었다면 지금은 인터넷 기업，휴대폰 기업，TV 기업 등이 모두 반도체의 주요 고객이 됐다"며 "새로운 고객층이 등장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CES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CEO들이 CES에 가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세일즈' 때문.연초부터 계속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으로 4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거래선을 찾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해외 유력 IT기업 CEO들과의 연쇄 면담을 갖고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황 사장도 최고고객책임자(CCO)인 이재용 전무가 내년 CES에 불참하게 된 만큼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과의 연쇄 면담을 통해 대규모 신규 거래를 트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CES에는 전 세계에서 1000곳 이상의 전자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ㆍ휴대폰 담당 CEO들이 매년 CES를 참관해왔다.

내년 1월에도 삼성전자의 TV사업을 총괄하는 박종우 디지털미디어(DM)총괄 사장과 이상완 LCD총괄 사장,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행사에 참석키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LG전자에서는 남용 부회장과 강신익 디지털디스플레이(DD)본부장,안승권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본부장 등이 출동한다.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도 동행할 예정이다.

국내 TVㆍ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CEO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