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국회 의원회관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의원들이 총선에 대비해 조직을 정비하면서 일부 보좌진을 잘라내는가 하면 월급을 삭감해 선거자금에 보태고 있다.

정리해고 대상은 주로 정책 보좌관 등 정책 관련 실무를 담당했던 보좌진이다.

국정감사 준비와 법안 입안 등 의원들의 통상적인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역구에서 발로 뛰어야 하는 선거에는 보탬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보좌관과 비서관,비서,인턴사원까지 보좌진 8명에 대한 급료를 국비로 지원받고 있는 만큼 이들을 대거 선거 관련 실무인력으로 채우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실제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최근 비서관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지역구 사정에 밝은 선거참모를 영입했다.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둔 보좌진의 빈자리를 지역조직책 영입을 위해 최근까지 비워둔 의원실도 있다.

재경위 소속 재선의원인 B의원실에서는 지난 9월부터 보좌진들이 대부분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바람에 국정감사 준비는 사실상 인턴사원 두 명이 전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C의원실의 보좌관은 "당장 다음 달부터 지역구로 내려가기로 했다"며 "친척집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4월까지 신세질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보좌진의 월급을 삭감해 선거비용으로 돌리는 '월급 후려치기'도 다반사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A의원은 지난달 수석보좌관을 통해 보좌진들의 급료 중 80만~100만원씩을 선거자금으로 내놓도록 했다.

급료는 직급에 따라 국회사무처에서 보좌진들의 통장에 바로 입금되는 만큼 의원이 자의적으로 삭감할 수 없어 나온 편법이다.

고용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사권을 휘두르는 의원의 지시를 보좌진들이 거부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금삭감 조치나 마찬가지다.

의원들의 '전횡'에 보좌진들의 반발도 표면화되고 있다.

수도권 출신 한나라당 D의원의 보좌진들이 지난달 모두 사표를 내 의정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보좌관은 "의원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의정활동을 담당하는 보좌진이 소모품 취급을 받고 있다"며 "보좌진들의 생존 자체가 한계선상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입법부의 권한과 정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