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경색 위기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여 온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대선 불확실성 해소로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통운쌍용건설, 우리금융 등 대어급 매물들의 새주인 찾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번 M&A전쟁의 최종 승자가 과연 누구로 낙점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추진될 주요기업 M&A 가치는 수십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야말로 'M&A 큰 장'이 열리는 것이다.

◇대어급 M&A 급물살= 우선 대한통운이 2008년 M&A시장의 첫 주자로 새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와 한진, 농협, CJ, STX, GS, 현대중공업, LS전선, 효성, 서울자산운용 등 10개사는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 컨소시엄에 대한통운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및 비밀유지 확약서를 지난 11일 제출했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들은 경영 실적과 자산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는 예비실사에 돌입했고, 내년 1월 16일까지 인수제안서를 내고 본실사에 들어간다. 2월 중 우선협상자가 선정되고, 최종 본계약은 2월말께 체결될 전망이다.

박삼구 회장이 거듭 대한통운 인수 의지를 표명해온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네트워크, 4개 물류기지를 보유한 (주)한국복합물류, 금호렌터카 및 금호고속 등과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도 육상 물류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다 금호와의 라이벌 심리도 인수전에 참여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자산 1조5000억원의 대한통운을 어느 업체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건설도 쌍용건설우리사주조합과 동양그룹 등 10여개 이상 업체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달말 예비입찰이 실시되고 내년 초 인수업체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외국업체들이 인수 의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은 인수의향서 심사와 함께 올해 안으로 본입찰 참여 업체를 선정한 뒤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차현대증권 인수설도 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그 가능성 여부에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한편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의 최대주주로 등극, 현대 계열사가 재편된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산업은행 IB 분리매각..M&A빅뱅 예고= 새정부 출범후 공기업 민영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책은행 등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매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출자전환한 기업에 대한 입찰이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민영화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자체의 민영화 뿐만 아니라 산은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M&A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 당선자 측은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부문을 대우증권과 합쳐 별도의 투자은행으로 만들계획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수주체는 국민연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매각시기도 새정부 임기내로 못박고 있어 새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2월부터는 이 같은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사 등도 지분정리 절차에 맞춰 매각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매각시기에 대해서는 대상 업체들의 몸집 자체가 워낙 커 예측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 9월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회사로 선정하고 인수희망 업체에 대한 사전조사를 벌이고 있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매각이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LG가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공식 부인하고 나서면서 범현대가와 SK그룹, 포스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인수가격 자체가 5조~6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측이 있고, 대우해양조선이나 현대건설 매각시기와의 조율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어 매각작업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책은행은 아니지만 예금보험공사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도 관심사다. 우리금융지주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는 예보는 경영권과 상관없는 지분 23%를 우선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증시 영향은 일단 '긍정적'= 이러한 M&A정국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이번 M&A와 관련된 업체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형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M&A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차기 대통령의 공약 중에 금산분리 완화가 포함돼 있어 은행,증권 업종의 M&A 프리미엄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연구원도 "신정부 출범이후 공기업 민영화 공약으로 산업은행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하이닉스와 대우조선해양 대우증권 등이 M&A 테마군을 이미 형성해 가고 있다"며 주가에 호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