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 19일 밤 방문한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시 북부의 STX 조선소 건설현장.동북지역의 경제 중심지인 다롄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반 걸리는 어촌 장흥도에 건설 중인 '조선해양 생산기지'에는 매서운 북풍이 몰아쳤다.

민가는 물론 생활 편의시설도 없는 섬에서 한국 근로자들은 추위에 떨면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국내는 선거 열기로 뜨거웠지만 근로자들은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사무실에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조선소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밤을 새웠다.

장흥도는 주거여건이 좋지 않아 100여명의 주재원 대부분이 가족과 떨어져 일하고 있다.

21일 찾은 산둥성 칭다오(靑島)시 경제기술개발구 내 '청도포항불수강유한공사'.포스코 현지법인인 이곳에선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연간 18만t가량 생산하고 있으나 공급 부족을 겪을 정도로 호평을 받고있다.

청도경제기술개발구는 인프라가 잘돼 있는 편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불편하긴 마찬가지.아이들이 다닐 학교나 여가 생활을 할 만한 공간이 없어 주재원들이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대기업 사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들 회사는 중국정부가 유치하려는 우대 업종이라 대접을 받으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인건비와 원자재값 급등에다 정부의 규제강화로 설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정부가 하이테크산업 중심으로 외자유치 정책을 바꾸면서 많은 한국기업들은 사실상 철수를 종용받을 정도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한국경제'와 '한국인'을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선도 차가워져 이래저래 한국인들의 삶이 빡빡해지고 있다는 게 현지 근로자들의 설명이었다.

다롄 한인회의 이시헌 회장은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인정받으면서 살려면 '한국경제'가 '중국경제'보다 앞서가는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 출범하는 새 정부가 한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켜야 교민들이 가슴을 펴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국제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