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새 자금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출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과도한 대출 부담을 다소라도 덜 수 있는 데다 내년 대출 영업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고객에게 대출할 때 대출 자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대출 영업에 주력해나간다는 전략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사모사채 3종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5400억원 규모의 공모 ABS를 발행했다.

대우증권이 발행을 주선한 이번 ABS의 기초자산은 신한지주와 공기업 등이 내놓은 사모사채로 대출의 성격이 짙다.

국민은행은 사모사채를 만기까지 갖고 있어도 되지만 이를 유동화해 자금을 돌리기 위해 ABS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사모사채 금리는 연 5%대 중반,ABS 금리는 연 6%대 중반이어서 국민은행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국민은행은 어차피 그동안 금리가 올라 자금조달 코스트가 높아진 만큼 유동화를 하건 은행채로 자금조달을 하건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내년 중 1조원 규모의 해외 MBS(모기지담보부증권)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MBS 발행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스타모기지론3'의 대출잔액이 1조원을 넘어서 이를 기초로 해외에서 외화자금을 모집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시기와 규모 등은 국제금융 시장 동향을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 외국에서 금리확정 모기지론을 기초자산으로 1조원 규모의 MBS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MBS를 발행하기 위해 미리 대출자 동의를 받는 '금리확정모기지론'을 8000억원 안팎 팔았다.

우리은행도 30년 만기 주택대출 판매와 이를 기초로 한 MBS 발행을 검토 중이다.

두산의 보브캣(Bobcat) 인수 협조융자에 나섰던 은행들도 내년 시장 상황을 보고 대출을 파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만을 묶어서 ABS를 발행하는 방안 등 다양한 유동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자산유동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대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재원은 예금과 시장성수신(CD,은행채 등) 등으로 구분되는데 예금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시장성수신마저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내년부터 유동화를 조건으로 단 대출 확대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자산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지 않다.

때문에 유동화를 하려면 일일이 대출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해 유동화 자체가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은행들은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양도 가능 조건을 달고 대신 금리를 0.1∼0.2%포인트 할인해 주는 상품의 확대를 검토 중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