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洪俊基 웅진코웨이 사장 jkhong@coway.co.kr >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0일이 됐다.그동안 태안에서는 21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바다의 기름 띠를 제거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덕분에 태안 앞바다는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굳게 단결하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태안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태안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은 필자의 회사에서도 감지됐다.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우리 부부는 토요일을 이용해 아들과 함께 태안에 내려가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그러던 차에 기왕이면 뜻을 같이 하는 우리 직원들도 같이 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지난 수요일 사내통신망에 같이 가자는 글을 올렸다.3일 전에 갑자기 올린 글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이 벌어졌다.이틀에 걸쳐 자원봉사를 신청한 직원은 무려 1200여명.거의 전 직원이 가겠다는 얘기였다.토요일 당일에는 가족 단위로 참여한 이들 때문에 100명이 늘어 1300여명이 신청했다.아무리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 제안했다고 가족이 다 가지는 않을 것이다.그만큼 자발적이었고,회사 일이라기보다는 태안을 위해 하루를 희생한 것이었다.

그날 학교를 빠지고 엄마를 따라 봉사에 나선 초등학생 남매가 있었고,주말 데이트를 포기하고 온 젊은 연인들도 있었다.그 남매는 학교 빠지고 신나게 왔는데,바닷가 기름 냄새가 너무 심해서 슬프다고 했다.젊은 연인들은 참담한 심정에 대화 한 마디 못하고 계속 바위의 기름만 닦아내고 왔다고 했다.우리 가족 역시 태안의 바닷가에서 아무 말 없이 검은 바위만 닦았다.

태안의 참담함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갸륵한 마음들이 하늘을 감동시키고 있는 걸까.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태안에 도착하니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날씨도 겨울 치고는 따뜻했다.지성이면 감천이다.우리 국민의 정성이 지극하니 하늘은 연일 푸근한 날씨로 태안으로 향하는 봉사자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아직 태안의 상처를 다스리기에는 시간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더 많은 정성을 태안에 모을 때다.우리가 정성을 모아 태안의 상처를 보듬을 때,하늘은 감동하여 깨끗한 바다를 태안에,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돌려줄 것이다.태안의 기적은 지금 시작되고 있다.사람이 할 일이 있고 하늘이 하는 일이 있다.기적은 사람과 하늘이 함께 만들어내는 일이다.기적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하늘을 감동시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