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는 연주자와 관객이 처음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 둘을 잘 소통시켜주는 것이 지휘자의 몫이죠."

지휘자 금난새씨(60)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28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기필하모닉과 함께 30주년 기념 송년음악회도 연다.

금씨는 1977년 카라얀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지휘자로서의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후 프라하방송 교향악단,독일 캄머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했고,모스크바 필하모닉,KBS교향악단,수원시향의 지휘봉을 잡으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지휘자가 되려했던 동기는 중학교 때 봤던 TV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뉴욕필하모닉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영 피플스 콘서트'라는 음악회에서 클래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더군요.

TV에 나오는 번스타인의 목소리와 음악을 녹음해 밤새도록 들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 각인된 번스타인의 모습을 자신의 무대에 적용시키고 있다.

관객과 연주자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클래식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그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은 2000년 창단 첫 해 45회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혀왔다.

매년 평균 30여개의 도시에서 사흘에 한 번 꼴로 연주회를 연다.

올해도 이미 140회가 넘는 콘서트를 가졌다.

이에 따라 금씨 또한 이제는 작곡가 금수현씨의 아들로서가 아닌 민간 연주 단체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CEO형 지휘자로 더 유명해졌다.

금씨는 지난해 4월 사법연수원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당시 손기식 사법연수원장이 "연수원생은 콧대가 높아서 연주회에서 반응이 시큰둥할 수도 있으니 너무 개의치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연주회가 끝나고 연수원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주차장까지 내려갔던 단원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들여 앙코르 연주를 했다.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 클래식을 대중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저변을 넓히기 위해 '오케스트라 마케팅'도 실시하고 있지요.

휴양지의 리조트나 호텔과 연계해 비성수기에 음악회를 열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콘셉트입니다."

그 일환으로 2005년부터 매년 1월 제주 신라호텔과 함께 기업들의 VIP고객들을 초청,'챔버 뮤직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올 여름에는 무주리조트에서 '무주 페스티벌&아카데미'를 열었다.

이런 사업들을 위해 2005년부터는 아예 '유라시안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상업적인 성공에 너무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한 번도 크로스 오버나 대중 가수와의 협연 무대를 가진 적이 없고,단원들에게 표를 팔아오라고 주문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 하나를 초청하는 것보다 유라시안 필하모닉과 같은 민간 클래식 단체 10개가 경쟁하는 것이 국내 클래식 시장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