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방식이 지점에서 법인 설립이나 인수합병(M&A)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거점 방식의 해외 영업망에서 탈피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올해 해외 진출을 위해 금융감독 당국에 사전 협의한 건수(지점.법인.사무소)는 총 33건으로 지난해 7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이 가운데 현지에 자회사(현지 법인)를 설립키로 한 곳은 7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법인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빈탕 마눙갈 은행'(PT Bank Bintang Manunggal)의 지분 61%를 인수했다.

하나은행은 은행명을 'PT Bank Hana'로 변경했으며 중소기업 대출과 소매금융을 집중적으로 강화,5년 내 지점망 200여개의 인도네시아 대형 은행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기존의 청도국제은행(하나금융 자회사)과 합병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현지 법인 '신한크메르은행'의 영업을 시작했다.

베트남 지점을 조만간 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카자흐스탄과 캐나다에도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 '우리은행 중국유한공사'를 설립했다.

기존 5개 중국 내 영업점을 중국 법인 소속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소매영업에 본격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내년 초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 대형 은행이 중국에 모두 법인을 설립한다"며 "인민폐를 취급하면서 현지 소매금융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현지 법인을 통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현지화 전략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선.후진국 구분하지 않고 단순 지점 형태의 해외 진출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장기적인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현지화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및 교포를 대상으로 영업할 경우에는 지점 형태로 가능했지만 진출 해당국 통화와 해당국 기업 및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려면 법인 형태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은행권이 법인 설립 및 M&A를 통해 현지 영업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금융지주회사의 외국 자회사 편입을 허용하고 외국 손자회사의 업종을 금융업종으로 확대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