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국인 집단거주지인 왕징에선 최근 한국 주재원이 중국인들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나 피해자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다.

사건의 경위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조직폭력배 간의 세력다툼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설이 유력하긴 하다.

그러나 한국인이 많이 사는 랴오닝성 선양 등에선 지난 8월부터 한 달에 한 번 꼴로 한국인이 피습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혹시 베이징까지 한국인 폭행이 퍼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특히 중국 내에서 최근 반한감정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사람들이 중국과 중국인을 무시한다고 불만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돈이 많다고 뻐기거나,혹은 중국인들을 가난하고 더럽다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어글리 코리안'이 한국에 대한 인상을 흐려놓고 있다는 것.한국사람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또 사업을 하다가 임금을 안 주고 야반도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사람들이라는 것도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사람에 의한 중국인 폭행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주중 한국대사관의 설명을 듣고 보면,양측 모두 상대방에게 나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오해가 오해를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중국의 인터넷에는 한국정부가 한자를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록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흥분했고 한국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또 한국인들은 공자가 한국사람이라고 우긴다는 등의 황당한 '인터넷 통신'도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네티즌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가 한국을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지목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문화적 공통점도 많다.

경제적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중국 내에서 반한감정이 증가한다면 결국 손해는 한국사람의 몫이다.

더 많은 오해가 생기기 전에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관계정립에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