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전문직'으로 불리던 변리사들이 올해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다.

예년 같으면 12월 초 특허청의 변리사 최종 합격자 발표에 이어 대형 특허법률사무소나 특허법인들이 발 빠르게 채용에 나서 합격자의 대부분이 일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이 채용 계획을 갖고 있지 않거나 채용 인원을 크게 줄이는 바람에 '병아리' 변리사들이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셈이다.

특허법인들이 이처럼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특허 출원 트렌드가 '양'에서 '질' 위주로 선회,특허 출원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 출원 건수 증가율가 둔화돼 향후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변리사 120여명을 거느린 KBK특허법률사무소(옛 심창섭 특허법률사무소)는 지난해 10여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아직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유미특허법인 관계자도 "아직 계획이 없다.

새해 대기업의 특허 출원 계획을 지켜보고 나서 생각해 보자는 분위기"라며 "해마다 한꺼번에 10명 이상씩 뽑았는데 올해는 뽑는다고 해도 한두 명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매년 10~15명을 신규 채용하던 리앤목특허법인도 올해 5명을 뽑는 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개인 또는 중소형 특허법인으로까지 구직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변리사는 "작게 사업을 하다 보니 원서를 들고 찾아오는 변리사들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여러 명이 찾아와 달라진 세태를 느꼈다"고 전했다.

변리사 업계가 채용을 줄이는 것은 과거 '뭉텅이' 특허 출원을 내던 대기업들이 특허 출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특허법인들의 체감경기가 꾸준히 냉각되고 있다.

실제로 매년 10% 안팎의 고속 성장을 하던 특허 출원 건수가 지난해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리앤목특허법인 이해영 변리사는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상당한 물량을 쏟아내던 고객 기업들이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일단 많은 양의 특허 출원을 장려했다면 지난해부터 질적 특허로 전환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또 내부 특허팀은 강화하고 외부 용역을 줄이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전자업체의 특허 담당 임원도 "많게는 30~40%씩 특허 출원 물량을 줄이고 있다"며 "활용되지 않는 기술은 특허 유지 비용만도 무시할 수 없는 등 문제점이 많아 활용 가능한 기술 위주로 질적 관리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창특허법률사무소의 고영회 변리사는 "특허법인들이 변리사 채용을 꺼리는 것은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특허는 미래에 대한 투자인데 특허 출원 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의미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허청은 지난 6일 제44회 변리사 최종 합격자 202명을 발표했다.

변리사는 특허권,실용신안,디자인 또는 상표의 등록ㆍ취득ㆍ보존 업무를 처리하는 직업.대한변리사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500여명이 등록돼 있으며 이 중 1900여명이 개업해 활동한다.

문혜정/정태웅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