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부터 재계 총수들과 회동키로 하는 등 친(親)기업적 행보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경제인들을 직접 만나 새 정부의 투자분위기를 설명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은 이 당선자의 이런 약속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실추된 기업인의 사기를 높이고,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에 국정운영 참여 기회를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은 과거 정권 10년간 정부 및 청와대의 요직에 진출해 분배중심.반(反)기업적 정책을 펼치며 기업인의 사기와 투자의욕을 꺾어왔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1994년 9월 창립 이후 참여연대 전.현직 임원 416명(직업이 확인된 경우) 중 150명(36.1%)이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산하 각종 위원회 등 313개의 자리에 진출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이들이 앉은 자리는 158개(50.5%)나 된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산업현장을 모르는 교수님이 공정거래위원장에 선임되고 돈을 벌거나 세금을 내본 경험이 없는 일부 민주화 세력이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앉아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는 "시민단체 인사들보다는 기업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들에게 국정운영 참여 기회를 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과 '정기 회동'하라

이 당선자는 지난 24일 한나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과 당대표의 주례 회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당청(黨靑) 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주례회동'은 대통령과 기업인 간에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재계의 바람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는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자주 만나고 산업 현장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식 '기업천국' 만들라

한때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달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까지 요청했던 아일랜드.1987년부터 과감한 규제완화를 추진해 연평균 성장률(1988~2006년)이 6.5%,1인당 국민소득(1990~2005년 평균)은 4만달러에 달한다.

법인세가 12.5%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전체 기업의 80% 정도는 노조가 아예 없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연구원은 "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한 아일랜드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 사례로 우리나라가 벤치마크할 만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반(反)기업 정서 뿌리뽑아라

"지난 10년간 정권이 반(反)재벌.반부자 정서를 만들어온 결과,투자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일자리를 늘려봐야 얻는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과거의 관행이나 사소한 실수 하나로 그동안 쌓아온 공은 무시당한 채 욕만 얻어먹는 분위기에서는 기업가정신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신현한 연세대 교수)

그동안 좌파 성향의 정권은 국민들이 기업의 역할과 부의 축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도록 부추겨왔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사회적으로 만연된 반기업정서를 불식시켜 건전한 기업활동에 대한 사기를 불어넣어야 투자의욕이 되살아날 것"(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이라는 재계의 요구는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경제교과서에 실린 기업과 시장에 대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오피니언리더를 위한 시장경제교육을 강화해 친기업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