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1979년 정부는 김포공항에만 있던 면세점을 시내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와 동화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 쇼핑편의 제고와 관광진흥'을 위해 문을 열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1984년엔 전두환 대통령이 시내 면세점 수를 대폭 늘리도록 지시했다.

취지는 역시 외국인 쇼핑편의 제고와 외화획득이었다.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요즘 국민들은 시내 면세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여행에 맞춰 유명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관세청이 26일 국민들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20여년 전의 면세점 개설 취지를 새삼 강조하며 시내 면세점에 규제의 칼을 들이댔다.

기존 면세점은 최근 5년간 이용자 수 및 매출액에서 외국인 구성비가 각각 50%를 넘으면 특허 갱신을 허용하고,신규 면세점 개설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보세판매장(면세점) 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키로 한 것.

시내 면세점들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명품 판매에만 몰두,외국인 이용객 수와 매출액 비중이 낮아졌다는 게 관세청의 판단이다.

당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현실화하자 면세점 업체들은 현실을 무시한 구 시대적인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이용객 수를 50%로 맞춰야 특허를 갱신해 주겠다는 요건은 "인위적으로 내국인 이용객 수를 통제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2000년 79%에 달했던 시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 비중은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급증으로 지난해엔 35%까지 급락했다.

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연간 1300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상황에서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던 수십 년 전의 논리만을 강조하며 비율을 맞추라는 것은 업계의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관세청의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시내 면세점은 거의 없는 실정이고 보면 관세청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업계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