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중국 문화예술지원 단체인 '상하이문화발전기금회'가 전시 중인 제 작품 3~4m 대작 4점과 소품 30여점(10억원 상당) 전량을 구매하기로 했거든요.

올해 상하이와 베이징 아트페어에서 팔린 작품까지 합하면 연말까지 최소 15억원 상당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 같아요."

'영웅귀래'라는 주제로 중국 상하이 인근 저장성 닝보(寧波)미술관에서 개인전(내년 1월15일까지)을 갖고 있는 조각가 김선구씨(51)는 27일 "전시 작품 모두를 상하이문화발전기금회가 전량 구매하기로 하고 지난 18일 계약을 체결했다"며 "조각 작품에 중국의 영웅에 대한 향수를 응용한 덕분인지 등 중국 컬렉터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상하이문화발전기금회의 김씨 작품 전량 구입은 외국 공공기관이 한국 작가의 작품성을 객관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중국의 조형물 시장에서 국내 작가가 직접 판로를 개척했기 때문에 더욱 값진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미술품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김선구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

'말' 조각가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는 1996년 일본경마협회 말조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아트페어에 말조각 '질주'를 출품해 '올해의 조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움직이지 않는 입체의 금속 오브제에 '운동성'을 담아냈지요.

골격과 근육을 해부학적으로 나눠 빚은 뒤 이를 조합하는 기법으로 작품에 생동감을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말의 근육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지요.

노를 젓거나 활 시위를 당기는 사람의 형체에서도 강한 힘이 느껴집니다."

그는 또 "중국인들로부터 작품 속에 대륙의 기질을 잘 버무려내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아마도 내면적으로 '또 다른 영웅'을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해외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많이 찾다보니 수출 실적도 상당하다.

2005년 상하이언론회관과 쉬후이구문화회관 등에 그의 작품이 설치된 데 이어 최근에는 상하이의 대기업 강타이그룹 등 기업체로부터 1억~2억원 정도의 작품을 주문받아 놓은 상태다.

중국시장에서 주목받은 후로 그의 작품 가격은 최근 두 배 정도 올라 3~4m 크기의 대작이 2억~3억원선에 팔리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