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서는 요즘 '쇼는 KTF가 하고 가입자는 LG텔레콤이 챙겼다'는 말이 나돈다.

KTF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쇼'를 알리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재미는 LG텔레콤이 봤다는 얘기다.

올해 KTF 점유율은 0.6%포인트 떨어진 반면 LG텔레콤 점유율은 0.5%포인트 올랐다.

LG텔레콤은 정일재 사장 취임 후 1년5개월 만에 가입자를 100만명이나 늘렸다.

KTF가 쇼를 벌이는 동안 가입자를 챙긴 사람은 '정서방',LG텔레콤 정 사장이다.

KTF는 지난 3월 3세대 이동통신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작년 말 32.1%였던 점유율이 11월 말 31.5%로 0.6%포인트 떨어졌다.

이 사이에 SK텔레콤 점유율은 50.4%에서 50.5%로,LG텔레콤 점유율은 17.4%에서 17.9%로 올랐다.

KTF가 잃은 점유율을 대부분 LG텔레콤이 챙긴 셈이다.

LG텔레콤 가입자는 정 사장 취임 후 1년5개월 새 정확히 100만명이 늘어났다.

정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26일 680만6789명이던 가입자가 26일 현재 780만7108명에 달했다.

올해 초만 해도 LG텔레콤의 앞날은 암울했다.

KTF와 SK텔레콤은 수조원씩 투자해 3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했지만 LG텔레콤은 3세대 투자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KTF가 요란스럽게 '쇼'를 하고 SK텔레콤이 맞대응하는 동안에도 LG텔레콤은 지켜보는 도리밖에 없었다.

LG텔레콤이 위기 속에서 오히려 좋은 성과를 거둔 요인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실용주의가 꼽힌다.

자랑하기 좋은 기술보다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혜택을 발굴한 전략이 주효했다.

지상파DMB폰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전략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 SK텔레콤은 위성DMB 자회사인 TU미디어 때문에,KTF는 3세대폰 때문에 지상파DMB폰을 밀지 못했다.

LG텔레콤은 이 틈을 타 지상파DMB폰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올초까지 60만원을 웃돌던 지상파DMB폰 가격을 40만원 중반까지 낮춰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만 해도 임직원들은 지상파DMB폰 가격을 대폭 낮추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굽히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임직원들은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가격대에 내놓게 됐다.

정 사장 취임 직후 내놓은 항공 마일리지 프로그램 '17마일'도 110만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실적 개선에 톡톡히 기여했다.

내년 이동통신 시장의 화두는 모바일 인터넷이다.

휴대폰으로 유선 인터넷에 접속하는 무선 데이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이동통신 3사 중 무선인터넷이 가장 약하다.

올해 초와 똑같이 LG텔레콤의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이에 대해 정일재 사장은 "3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맞춰 파격적인 데이터 서비스 상품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라며 "아직 무선 데이터를 쓰는 사용자층이 넓지 않은 만큼 LG텔레콤의 진입이 결코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