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 CFP인증자ㆍ한국FP협회 전문위원 >

20세기가 남긴 여러 유산 가운데 세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재무설계 전문가 입장에선 주저할 것 없이 은퇴,복리(複利),선택의 자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유산인 은퇴는 산업 사회의 부산물이다.

농경 사회에서는 은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의 선조들은 죽을 때까지 일했고,일에서 해방될 때는 바로 죽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산업 사회가 되면서 일정한 나이가 넘으면 육체 노동의 효율성이 떨어지고,젊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넘겨 줘야 하므로 고령의 노동자는 일에서 해방되는 기회가 생겼다.

나이가 들어 일에서 분리된 삶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 사회보장제도라 할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는 독일의 비스마르크 총리가 1890년에 세계 최초로 도입하였다.

당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5세였다.

당시 독일인 평균 수명은 46세였다는 사실을 돌아볼 때 비현실적인 나이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독일의 제도를 본받아 65세를 퇴직급부를 받을 수 있는 연령으로 정했고,이러한 전통이 1935년 미국의 사회보장법으로 이어져 65세가 공식적인(?) 은퇴연령으로 정립되었다.

두 번째 유산은 복리이다.

단위 기간에 발생한 이자가 원금에 추가되어 이자가 빠르게 불어나는 이 개념은 아인슈타인이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견'이라고 극찬했다.

복리의 힘을 가장 쉽게 엿볼 수 있는 사례가 피터 미니트와 인디언 간의 거래다.

1626년 피터 미니트는 24달러 가치의 조개염주와 담요를 주고 월 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맨해튼 섬을 인디언으로부터 구입하였다.

만약 인디언이 이 돈을 연 복리 6%의 예금에 투자했다면 381년이 지난 2007년 현재 무려 1051억달러가 된다.

이 거래의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는 결국 복리의 힘에 달려 있다.

복리의 힘은 양 날을 가진 칼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투자할 때는 든든한 후원자이지만,반대로 빚을 얻어다 쓰거나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체포기각서를 쓰는 일처럼 지옥의 문으로 인도하는 사신이 되고 만다.

세 번째 유산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다.

선택의 자유는 20세기에 인류가 성취한 가장 큰 성취로 언급되기도 한다.

신분에 의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확연히 구분되던 것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에게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그 결과 전체 사회는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만 개개인 사이에는 '부익부 빈익빈','유전무죄 무전유죄','20 대 80의 사회(파레토 법칙)','88만원 세대'와 같은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선택의 자유라는 이면에 책임이 따르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지만 선택의 자유가 없는 삶보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이 훨씬 가치있고 소중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 20세기의 산업사회가 남긴 세 가지 유산,즉 은퇴,복리,선택은 하나같이 잘 쓰는 사람에겐 약이 되고,잘 못 쓰는 사람에겐 독이 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의 30세 남성은 80세까지 살 확률이 44.2%이고,40세 남성은 44.7%이고,50세 남성은 46.3%이다.

현재 30세의 여성이 85세까지 살 확률은 47.9%,40세 여성은 48.2%,50세 여성은 48.8%이다(통계청,2005년 생명표). 20세기에 은퇴연령 65세는 신기루였고 은퇴생활은 그림의 떡이었지만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은퇴생활은 삶의 한 과정으로서 엄연한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현실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해답 역시 20세기가 남긴 유산에서 찾을 수 있다.

제2의 인생을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 은퇴생활을 성공적으로 준비하려면 복리의 힘을 맘껏 활용할 수 있도록 일찍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선택의 자유는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미국 CFP보드의 슬로건은 이렇다.

"당신의 미래입니다.

계획을 세우세요!(It's your future. Plan it!)"

yahogoma@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