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출범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부동산 시장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이후 며칠 동안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호가가 1억원까지 급등하고 재개발 지역 주택의 경매낙찰가가 오르는 등 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 완화와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 당선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시장안정이 최우선'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한편 이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은 시장상황을 지켜본 뒤 손을 본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장 기대는 잘못'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에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2년이 소요된다"며 "(인수위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본 뒤 (관련 법 개정을) 판단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최경환 경제2분과 간사는 "집값을 꿈틀거리게 하는 정책을 아무런 보완정책 없이 시행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시장의 기대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부세 완화와 관련해 주 대변인은 "1가구1주택이나 장기보유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완화할 계획이지만 필요하다면 이 시기도 실제 약속했던 것보다 늦춘다든지,아니면 다른 정책수단을 쓴다든지 할 것"이라며 완화시기 연기는 물론 백지화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재개발.재건축 완화에 대해서도 최 간사는 "개발이익환수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 불로소득을 최소화한 다음에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인수위 내에서는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시절 반대했던 송파신도시를 현행대로 추진하고 공공택지 자유경쟁입찰제 도입을 통한 분양원가 인하 등 시장안정책은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규제 완화 대전제는 변함 없어

이 같은 방향 선회는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기 초부터 부동산 값이 급등해 역풍을 맞을 경우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국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할 만한 의석을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정책은 정파 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국회를 장악한 이후에 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다"며 부동산 정책 손질 과정에서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그러나 '규제 완화와 공급 증대를 통한 집값잡기'라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의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여러 정책 수단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규제 완화라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간사도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시장경제의 상식"이라며 규제 일변도의 참여정부 정책과 차별화할 방침임을 드러냈다.

이 의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하반기쯤에는 종부세 완화 등 이 당선자의 공약이 현실화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