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말이 많은 세상이다.

할말과 안할말들이 난무하다 보니 마치 말의 홍수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다.

굳이 말을 안해도 되는 것들이 지껄여지고,말할 수 없는 것들이 폭로되곤 한다.

그런가 하면 하나마나한 말들이 난무하고,탈 많은 말들이 무성하다.

도무지 남을 용납하는 금도(襟度)가 없다.

상대방을 유혹에 빠뜨리는 거창한 말,번지르르한 사탕발림의 언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갈수록 말이 가벼워지고 있으며,말하고 나서 가슴을 치는 일들이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편협하고 저급한 말들이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가슴에 꽂힌다.

올해도 말의 성찬이 계속됐다.

대선을 치르는 해여서인지 삿대질해대는 말들이 홍수를 이뤘고,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의 거짓말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선후보들에게 붙인 별명들은 차치하고라도 'BBK 사건'을 둘러싼 '한방'과 '헛방'의 공방,'깜도 안된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온 나라가 벌집쑤신 듯 어지러웠다.

세태를 비꼰 말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공기업을 지탄하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든지,구직난의 20대를 빗댄 '88만원 세대' 등이 그것이다.

말이란 사람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기도 하고,언짢은 심정을 봄눈 녹이듯 금세 풀어주기도 한다.

오해로 가득한 적대적인 관계를 우호적으로 돌려놓는 것도 바로 말이다.

생각해 보면 서로를 즐겁게 해주는 말들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찾아 쓰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이다.

어눌하지만 살며시 속살을 내보이는 표현이 심금을 울리고,속 깊은 한 마디의 충고가 일생의 좌우명이 되기도 한다.

속시원하고 통쾌한 말들은 '더불어 사는 세상'의 청량제나 다름없다.

이제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말들은 훌훌 털어버릴 때가 됐다.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의 질곡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말로 흥하면 말로 망한다'고 하지 않던가.

셰익스피어가 '햄릿'에서 말한 경구는 새겨둘 만하다.

"사람은 비수를 들지 않고도 가시 돋친 말 속에 그것을 숨겨둘 수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