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구태 못벗은 농협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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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지난 27일 네 번째 민선(民選) 회장을 선출했다.
정대근 전 회장이 구속 처리된 직후에 열려서인지 이번 선거에는 '개혁'이란 말이 유난히도 많이 등장했다.
최원병 신임 회장을 포함해 5명의 후보들은 말끝마다 개혁을 외치며 위기에 처한 농협의 '구원 투수'를 자처했다.
하지만 선거는 시작 전부터 '개혁'과는 한참 거리가 먼 흑색 선전으로 얼룩졌다.
오죽했으면 최 회장이 후보 연설 도중 "지금껏 열두 번의 선거를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흑색 선전이 심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울분을 토했을까.
최 회장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펼친 김병원 조합장도 "현 정부와 연줄이 있는 정대근 전 회장이 밀고 있다"는 식의 음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비방만이 난무할 뿐 1988년 이래 역대 민선 회장들이 왜 한결같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의 단죄를 받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은 찾기 어려웠다.
"연임을 욕심 낸 탓에 정치권에 줄을 댄 것이므로 임기는 반드시 한 번으로 끝내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나 "농협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 한몸 불사르겠다"는 식의 감상적인 말들이 전부였다.
농협의 미래를 제시하는 대목에선 '개혁'이란 말의 사전적인 의미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방법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후보들이 선거인단(조합장)에 대한 구애 공세에만 열을 올린 것.
몇몇 후보는 "중앙회 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27개 계열사 사장 자리를 조합장을 위해 내놓겠다"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업의 위기를 어떻게 타결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은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다.
후보들의 연설이 끝난 뒤 안타까웠던 듯,선거관리위원장이 한.미 FTA 얘기를 꺼내려 했지만 각자의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조합장들의 소란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농협이 태안 기름 유출 사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제안 역시 공허한 메아리로 그쳤다.
지도자들은 늘 자신을 개혁적이라고 말해 왔다.
문제는 실천이다.
신임 회장만큼은 '농협의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 주길 기대해 본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정대근 전 회장이 구속 처리된 직후에 열려서인지 이번 선거에는 '개혁'이란 말이 유난히도 많이 등장했다.
최원병 신임 회장을 포함해 5명의 후보들은 말끝마다 개혁을 외치며 위기에 처한 농협의 '구원 투수'를 자처했다.
하지만 선거는 시작 전부터 '개혁'과는 한참 거리가 먼 흑색 선전으로 얼룩졌다.
오죽했으면 최 회장이 후보 연설 도중 "지금껏 열두 번의 선거를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흑색 선전이 심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울분을 토했을까.
최 회장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펼친 김병원 조합장도 "현 정부와 연줄이 있는 정대근 전 회장이 밀고 있다"는 식의 음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 비방만이 난무할 뿐 1988년 이래 역대 민선 회장들이 왜 한결같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의 단죄를 받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은 찾기 어려웠다.
"연임을 욕심 낸 탓에 정치권에 줄을 댄 것이므로 임기는 반드시 한 번으로 끝내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나 "농협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 한몸 불사르겠다"는 식의 감상적인 말들이 전부였다.
농협의 미래를 제시하는 대목에선 '개혁'이란 말의 사전적인 의미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방법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후보들이 선거인단(조합장)에 대한 구애 공세에만 열을 올린 것.
몇몇 후보는 "중앙회 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27개 계열사 사장 자리를 조합장을 위해 내놓겠다"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업의 위기를 어떻게 타결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은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다.
후보들의 연설이 끝난 뒤 안타까웠던 듯,선거관리위원장이 한.미 FTA 얘기를 꺼내려 했지만 각자의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조합장들의 소란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농협이 태안 기름 유출 사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제안 역시 공허한 메아리로 그쳤다.
지도자들은 늘 자신을 개혁적이라고 말해 왔다.
문제는 실천이다.
신임 회장만큼은 '농협의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 주길 기대해 본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