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쿠이하우스'란 상호로 김치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근(55)입니다.

개업한 지 4년 가까이 됐습니다.

항공승무원으로 일하다가 명예퇴직을 했는데 친구가 자신의 건물에 권리금 없이 들어와 장사를 해보라고 해 개업하게 됐습니다.

임대조건은 보증금 9000만원에 관리비를 포함해 월 65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창업하는 데 보증금과 인테리어 등의 시설비와 집기류를 포함해 모두 2억9000만원이 들어갔습니다.

저는 처음 시도하는 외식업이라 경험을 쌓기 위해 경기대에서 3개월간 피자몰 창업과정을 이수했고 서일대에서 제과제빵 과정을 4개월간,신라호텔에서 양식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스파게티 전문점을 창업할 생각에 거기에 맞는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개업 전 주변 전문가들의 상권 분석을 받았는데 스파게티점이 부적합하다고 보고 삼겹살전문점으로 바꿔 창업했습니다.

그래서 점포가 일반 고깃집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납니다.

점포 맞은편에 주차장과 모 교육장이 있어 야간에는 어둡고 외진 편입니다.

개업 초기 1년은 월매출 5600만원을 올리면서 잘나갔습니다.

당시 인근에 고깃집도 저희 점포를 포함해 두 곳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년6개월 사이에 10여개가 늘어나는 등 경쟁 점포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월 3000만∼350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월 임대료를 비롯해 가스료 수도료 등의 비용을 제하면 제 인건비 정도는 남는 것 같은데 창업할 때의 투자비용이 환수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적자를 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저녁장사만 하다가 최근 들어 점심식사도 시작했습니다.

점심장사를 위해 뚝배기에 특화한 프랜차이즈점으로 업종을 바꾸려고 했지만 높은 로열티에 부담을 느껴 개인적으로 점심메뉴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점심매출은 20만원 정도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상권 특성상 별도의 이벤트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강남역 상권은 사무실이 많은 곳으로 일요일에는 쉬기 때문에 저희 가게도 일요일엔 문을 닫습니다.

또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후 3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는 저녁장사 준비와 직원들의 휴식시간을 고려해 영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객이 3∼4명은 한 팀이 돼야 매출이 안정적인데 2명이 들어올 경우 테이블 단가가 오르지 않습니다.

저녁매출은 그래도 하루 1.5회전 정도로 유지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점심매출입니다.

점심매출을 늘릴 수 있는 메뉴 변경이나 분위기 전환 등의 방안이 있는지요.


상권과 입지는

창업자라면 한번쯤 가게를 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서울의 강남역 상권입니다.

테헤란로와 강남대로가 만나는 곳에 있는 이 상권은 강남대로를 기준으로 북쪽이 씨티은행 상권이고 남쪽은 뉴욕제과 상권으로 분류됩니다.

대체로 북쪽은 직장인이 주요 소비층이고,남쪽은 20대 초ㆍ중반의 연인과 학생층이 소비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쪽은 유흥주점이나 바(bar) 등이 강세고 남쪽은 패스트푸드 분식 토속주점 등이 성업 중입니다.

1차 상권 내에 5000가구도 안 되는 강남역 상권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터운 직장인 소비층 때문입니다.

4000여개에 달하는 기업에서 5만여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커리어 우먼(직장 여성)이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특히 업소들마다 고객들이 많아 주류회사나 이동통신회사 등의 이벤트 전담팀이 자주 찾아와 이벤트를 벌이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의뢰인의 가게는 강남역 7번 출구 뒤의 이면도로 건물 1층에 있습니다.

씨티은행 상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점심과 저녁 구분 없이 직장인을 상대로 한 음식점이 무난히 영업을 하는 상권에 있습니다.

게다가 의뢰인의 가게는 화로구이를 포함한 고깃집이 많은 동선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쟁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몰려 있어서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가게 걸림돌은

우선 재즈풍의 인테리어 소품을 너무 많이 설치한 게 삼겹살집과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198㎡(60평) 정도의 공간을 높은 유리 파티션으로 구획해 답답한 느낌을 주고 종업원의 서빙 동선과 고객들의 동선이 불편합니다.

고객이 들어와서 전체 공간을 한눈에 볼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주류 관련 선전문이 너무 많이 붙어 있어 시선을 분산하는 데다 벽면에 메뉴판이 없는 것도 불편함을 줍니다.

종업원이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있어 청결한 느낌을 주는 데 한계가 있고 28개 테이블에 주방 2명,홀 2명의 인력으로는 서비스 질을 다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메뉴도 단조롭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의뢰인은 예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점심에 주력하고자 하는데 고깃집 점심 매출은 한계가 있습니다.

저녁시간대의 객단가와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는 게 효과적입니다.

상권 특성상 양념육이나 독특한 구이 방식을 갖춰야 하는데 삼겹살 전문점으로서 차돌박이,생오겹살,생삼겹살,버섯모듬구이 4가지 메뉴만 취급하는 것은 다양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인력 손실과 영업상 불편함 때문에 가스불로 교체한 탓에 새로운 고기 관련 메뉴를 선정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개선방안은

의뢰인이 원하는 점심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1~2가지 정도로 점심 메뉴를 전문화하는 게 낫습니다.

돼지고기와 두부를 숭숭 썰어 넣어 만든 시골돼지고기찌개,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소시지와 묵은지를 함께 넣어 만든 김치칼국수,진한 국물맛의 시골우거지탕 정도를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그러나 점심 매출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점심시간대에 하루 50명 정도 고객이 들어오는데 이를 100명으로 늘려도 평균 객단가가 4000원이기 때문에 하루 20만원 정도밖에 매출을 늘릴 수 없습니다.

점심은 저녁 매출을 늘리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저녁 단골을 확보하려면 우선 메뉴를 상권의 주요 소비계층인 여성 직장인에게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매콤한 고추장삼겹살이나 마늘ㆍ허브삼겹살 등 다양한 양념맛을 느낄 수 있는 고기 메뉴를 추가해야 합니다.

밑반찬도 현재는 김치 파절임 두 가지와 상추 쌈장 마늘 정도를 세팅하고 있지만 시원한 동치미나 물김치 종류도 필요합니다.

인테리어 보완도 필요합니다.

유리 파티션은 높이가 1m를 넘지 않도록 해 가급적 단일 공간으로 비쳐지도록 해야 합니다.

재즈풍의 소품을 줄여 삼겹살집 분위기가 나도록 해야 합니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저녁시간 아르바이트생 1명 정도를 보강하고 종업원들에게 밝은 색 계통의 유니폼을 입히고 명찰을 달게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경쟁 업소가 대부분 프랜차이즈점이라는 걸 감안해 유니폼이나 앞치마,이미지 보드판 등에 로고를 부착해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테이블 위의 수저통도 지금은 수저와 가위 집게 등을 한꺼번에 넣어두고 있는데 청결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위해 가위와 집게는 별도의 통에 분리해 놓아둬야 합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주류회사의 선전물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벽면에 신세대 감각에 맞는 메뉴판을 3개 정도 만들어 부착해 추가 주문시 메뉴판을 다시 가져다 줘야 하는 인력 낭비 요소를 줄여야 합니다.

메뉴판 역시 현재는 음식 메뉴 내용이 작은 글씨체로 빼곡하게 나열돼 있어 눈에 피로감을 주는데 잘 보이도록 고쳐야 합니다.

주류 가격은 다른 점포에 비해 비싼 편인데도 눈에 잘 보이도록 크게 적혀 있는데 크기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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