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걸 < 한국전력공사 사장 >

2003년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광역 정전(停電)은 정전의 피해와 안정적 전력 공급의 중요성을 실증한 사건이었다.

도시들의 주요 기능이 마비됐으며 3명이 사망하고 총 6조원으로 추산되는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의 광역 정전 사고는 많은 국가들에 현 전력 계통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졌다.

우리나라도 전력 계통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발전소와 송전선로를 건설하고 수요를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 정보기술(IT)은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핵심 키워드이다.

전력 IT란 전통적인 전력기술에 정보통신기술 즉 IT를 융합시킴으로써,전력 및 유관산업을 디지털화,지능화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아울러 이러한 전력 IT를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서비스가 가능해 국민의 삶의 질이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4년 '전력 IT 추진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2005년부터 한전이 10대 전력 IT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다.

사업 추진 2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전력거래소에서 사용하는 전력거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실증시험 단계에 있으며,송전선로 및 변전소 등을 원격 감시하는 시스템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기존에 설치돼 있는 전력선을 그대로 이용해 통신에 적용할 수 있는 전력선통신(PLC) 기술도 최근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2012년에 전력 IT 개발사업이 종료되면 전력 계통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조절함으로써 전력 계통의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 IT는 전력 공급 안정성 확보라는 차원 외에도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돌파구라는 성격도 있다.

거대한 발전소와 육중한 송전탑으로 대표되는 전근대적인 전력산업의 이미지는 전력 IT를 통해 똑똑하고 날렵한 첨단산업으로 변모할 것이다.

전력 IT 사업을 통해 개발한 전력 공급 시스템과 여러 기자재들을 수출함으로써 전력산업도 반도체,자동차 못지않은 수출효자 산업으로 거듭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흔히 '고목에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들을 한다.

성숙한 전력산업이 전력 IT라는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