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만찬 겸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이 대선 후 9일 만에 갖는 첫 만남으로,2시간10분 동안 정권 인수.인계 등 국정 현안뿐만 아니라 개인사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가 오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예우에 따라 청와대 본관 1층 현관문 안쪽에서 맞았다.

이어 가볍게 악수를 나눈 뒤 만찬장인 2층 백악실로 이동했다.

백악실에 들어서 이 당선자가 "5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까,힘들게 지나갔습니까"라고 물었고,이에 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둔 듯 "중간 과정 없이 5년을 가는 것은 매듭이 없어서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에 "어려운 시기였고,격변하는 시기였으니까요"라고 응대했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는 인사말이 끝난 뒤 퇴임 후 귀향 문제,국정 및 문서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대통령 업무 인수.인계,부동산.교육정책,국회에 계류 중인 임대주택법과 4대보험 통합징수법,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북핵,BBK 특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 당선자가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 가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그럴 것이다. 고향서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고 지역 안전네트워크 구축 등에 앞장설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이 당선자는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가신다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아름다운 전통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 당선자는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지 않았느냐. 몰래 나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노 대통령은 "편안하게 나가기가 어렵다.때론 지방에 가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재임 중 2005년부터 전자문서 및 국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이관 내지 보관하고 있어 청와대의 각종 정책과 업무 인수.인계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고 문서 폐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선진 시스템을 구축하느라고 애를 많이 쓰셨다.

정책 결정 및 변경 과정에 대하여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