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의 '첫 만남'이 이뤄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주변은 하루 종일 열기로 뜨거웠다.

수백 명의 취재진과 경호원들이 서로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전경련회관 20층 행사장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시종일관 덕담이 오고가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이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 도중 간간이 파안대소하는 소리도 들렸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회동 후 "당선자는 기업들에 투자를 활발히 해 달라고 요청했고 기업들은 규제를 개혁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 회장은 "서로 이야기가 잘 통했다.재계로선 이렇게 뜻깊은 날이 없다.양측은 언제든지 모여 힘을 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회동 후에는 총수들끼리 "오늘 회동은 성공작이었다"며 악수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100여명이 넘는 국내외 취재진과 수십여 명의 경호원,기업 관계자 등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당선자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구본무 LG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모이는 '빅 이벤트'임을 실감케 했다.

이건희 회장이 도착했을 때는 삼성 경호원들과 기자들이 뒤엉켜 고성이 오가고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정몽구 회장의 자신감에 찬 행보도 관심을 끌었다.

전경련회관에 들어서자마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취재진이 미처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내년도 투자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한 것.정 회장은 도착과 동시에 이 당선자의 투자 활성화 요청에 화답하듯 내년도 투자 계획을 '브리핑'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내년에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올해에 비해 10~20% 늘릴 예정"이라고 했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간담회 직후 "내년에는 해외 M&A도 활발히 하면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신세계 구학서 부회장은 "내년에 백화점과 중국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며,그렇게 되면 고용 창출도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총수는 단연 이건희 회장.하지만 이 회장은 밝고 흥분된 표정을 보였던 다른 총수들과는 달리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의혹 등을 의식한 듯 심각한 표정을 보였다.

취재진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회장은 회동이 끝나자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전경련회관을 빠져 나갔다.

한편 이 당선자는 이 회장에 대해 '특별한 배려'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자는 이 회장에게 쏠릴 취재진의 관심을 감안한 듯 "이 회장은 특별히 1층 로비가 아닌 지하로 곧장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보복 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김승연 한화 회장도 취재진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일본에서 한동안 요양한 김 회장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다만 사회봉사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듯 평소보다 차분한 어투였다.

김 회장은 대외 활동을 재개한 것에 대해 "감회가 새롭다"며 소감을 밝혔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대부분의 재계 총수들은 비공개 회동임을 의식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구본무 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도 이날 행사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조양호 한진 회장과 이구택 포스코 회장,허창수 GS그룹 회장 등도 기자들의 시선이 일부 총수들에게 집중된 틈을 타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취재진을 피해 자신들의 자가용을 찾느라고 허둥대는 총수들도 있었다.

장창민/유승호 기자 cmjang@hankyung.com